[click! 클리닉&센터] 고려대 안산병원 오목가슴클리닉

"제 자랑 같아서 민망하지만, 오목가슴 수술 실적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의료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데 기여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고려대 안산병원 오목가슴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박형주(흉부외과) 교수는 오목가슴 수술 실적 1060여 건으로 개인으로 세계 최다를 기록 중이다.




이미지
박형주 교수가 뼈 모형을 이용해 오목가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목가슴이란 안쪽으로 푹 꺼진 듯한 모양의 가슴을 가리킨다. 선천성 흉벽 기형으로 1000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흔히 말하는 '새가슴'과는 다르다.

갈비뼈(늑골)는 가슴 가운데에 세로로 만져지는 단단한 뼈(흉골)와 여기에 가로로 연결된 부드러운 뼈(늑연골), 그리고 이 뼈와 연결돼 등의 척추 뼈까지 둥글게 이어진 단단한 늑골로 이뤄져 있다. 늑연골이 있는 이유는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폐를 감싸는 흉곽이 유연해야 하기 때문. 늑연골이 어떤 이유에서 과잉 성장, 너무 길어져 안으로 휘어지면 오목가슴이 된다.

오목가슴의 문제점은 적지 않다. 갈비뼈의 중요한 역할이 심장이나 폐 등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는 것인데, 내장 쪽으로 휘어지면서 심장이나 폐를 압박, 기능 장애와 발육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감기에도 잘 걸린다.

가슴이 쑥 들어간 것이 금방 눈에 띄어 사춘기 때 심각한 정서적, 심리적 장애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심한 오목가슴 때문에 공중목욕탕이나 수영장, 해수욕장 등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수술 등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문제는 생각보다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수술법이 정상보다 너무 길게 형성돼 안으로 휘어들어간 갈비뼈 일부를 잘라내고 양쪽 부위를 연결시켜주는 방법이다. 1949년 개발돼 수십 년 간 해온 방법이 이 수술법이다. '라비치(Lavitch) 수술'이라고 한다.

이 수술법은 가슴 앞쪽을 20~30㎝ 가량 가로 또는 세로로 절개해야 한다. 늑연골을 잘라내고 가슴 모양을 만들어주는 '대수술'이다. 수술 시 출혈이 많고, 10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

이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1997년 미국의 소아외과 의사 도널드 너스(Donald Nuss)가 발표한 너스 수술법이다. 가슴 양쪽에 1㎝ 남짓한 구멍을 뚫고 이를 통해 옷걸이처럼 생긴 금속 막대를 삽입,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휘어들어간 갈비뼈를 밀어 올려 정상 모양으로 만들어준다. 금속 막대(bar)를 2~3년쯤 삽입해두면 갈비뼈가 그에 맞게 굳어져 금속 막대를 빼내도 가슴 모양이 정상을 유지한다.


이미지
(왼쪽부터) 오목가슴 수술 전, 오목가슴 수술 후
박형주 교수는 1998년 미국에서 이를 배워 1999년부터 국내에서도 이 수술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라비치 수술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너스 수술법은 라비치 수술법에 비해 무척 간단합니다. 환자의 고통이나 수술 비용에서도 큰 차이가 있죠. 환자의 특성상 너스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면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너스법으로 수술합니다."

박 교수가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해온 오목가슴 수술 실적은 개인으로는 세계 최다이다. 너스 수술법을개발한 미국의 도널스 너스 박사팀이 한 수술은 이보다 많지만, 이는 팀 단위로 집계된 것이다.

세계 학계가 박 교수를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그가 너스 수술법을 단순히 적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획기적으로 개선된 수술법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너스 수술법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금속막대를 삽입한 채 2~3년 살다 보면 막대가 옆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생긴다. 또 오목가슴의 모양이 반듯한 대칭형(약 56%)에서는 효과적이나 환자의 44%를 차지하는 비대칭형 또는 일그러진 가슴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너스법으로 수술한 뒤에 합병증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박 교수는 너스 수술법의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수술법을 국제 학회에 잇따라 보고, 각국의 전문가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목가슴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 수술은 학교 가기 전인 3~5세 때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너스 수술법은 4~5일쯤 입원토록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환자 부담은 150만~200만원 정도. 금속막대를 삽입해도 어린이들은 1~2주, 어른들은 3개월쯤 지나면 일상생활은 물론 농구, 축구, 수영 등을 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박교수는 1년에 오목가슴 너스 수술을 약 100건 이상 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오목가슴클리닉에는 외국 의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싱가포르, 대만, 포르투갈, 베트남 등에 초청돼 수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더 나은 오목가슴 수술법을 개발해 우리나라 환자들은 물론 전 세계 환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