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일반
겨울에 태어나 모유만 먹는 아기, 구루병 조심해야
백선미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05/06 16:07
감소하던 구루병 선진국 중심 다시 발생
O자 다리·치아손상·성장저하 증상 보여
매일 200IU 이상 비타민D 섭취 권장
구루병의 원인은 비타민D 결핍, 저체중 조산, 인산 부족 등이 꼽히고 있는데 비타민D 부족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구루병에 걸리면 다리가 'O'자 형으로 휘거나, 치아에 손상이 생기며, 성장이 늦어지기도 한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은 교수팀이 지난해 대한소아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6년 5월~2007년 4월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4~18개월의 모유 수유 아기 36명을 분석한 결과 12명이 저 비타민D 혈증 증상을 보였다. 이중 9명은 비타민D 결핍증(20ng/mL 미만)이었고, 3명은 비타민D 불충분증(20~29ng/mL)이었다. 12명 중에서 4명은 비타민D 결핍성 구루병으로 인한 저칼슘혈증성 경련 증상을 보였다.
이 교수팀은 영양소, 특히 비타민D가 부족한 모유 수유 고집, 일조량 부족, 자외선 차단제의 광범위한 사용, 폐쇄적인 아파트 주거환경, 환경오염 등이 구루병 증가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 총 12명의 환아 가운데 10명은 철 결핍성 빈혈까지 동반되었다.
이 교수팀은 논문에서 20세기 초 구루병 예방 효과가 있는 비타민D 발견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던 구루병이 최근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다시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구루병 발생의 안전 지역으로 인식됐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젊은 엄마들의 인식 전환 등에 힘입어 모유를 먹이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1년 9.8%에 불과했던 모유 수유 비율은 2003년 16.5%를 거쳐 2006년에는 37.4%까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모유는 분유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비타민D 함유량이 부족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모유의 비타민D 함유량은 평균 26IU/L로 분유의 450IU/L보다 크게 적어 모유만 먹는 아이들에게 비타민D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영아기의 구루병 발생이 모유 수유와 관련돼 있다고 보고 아기가 생후 2개월부터 하루 200IU의 비타민D를 보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또 소아와 청소년들도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하루 500mL 이상의 비타민D 강화 우유를 먹지 못하는 경우 하루 200IU 이상의 비타민D를 보충하라고 권한다.
이지은 교수는 "구루병 증상을 보인 아기들에게 비타민D 또는 비타민D와 칼슘을 함께 처방한 결과 3주~7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구루병이 의심되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에 태어난 아기는 추위 등으로 햇볕에 노출될 기회가 적고, 엄마들도 야외활동이 줄어 자외선을 받아야 체내 합성되는 비타민D가 결핍되기 쉽다. 이 때문에 아기들이 구루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봄에 가장 많다.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진순 교수는 "모유가 좋다는 이유로 요즘 엄마들 중에서는 아기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이유식은 거의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경우가 있다. 비타민D가 부족한 엄마의 젖만 먹은 아기는 구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모유는 분유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가 있으므로, 모유를 먹이는 엄마들은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은 연어, 꽁치, 뱀장어, 가자미, 갈치, 건조한 목이버섯, 느타리버섯, 계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