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신생아가 먹는 초유, 어른이 왜 더 찾을까?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04/22 15:56
신생아의 전유물이던 초유(初乳)를 먹는 성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유란 임신 말기부터 분만 2~3 일 사이에 분비되는 물같이 말간 모유. '몸짱' 연예인들이 근육을 만들기 위해 동물 초유를 먹는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헬스클럽 등지에선 단체로 동물 초유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는 며느리의 초유를 먹은 뒤, 계속 동물의 초유를 먹고 있는 노인이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초유로 만든 성인용 초유제품이나 건강식품은 70여 가지가 넘는다. 일동후디스 '초유의 힘', 뉴트라라이프 '초유파우더', 네이처스스타트 '초유캡슐' 등이 대표적이다. 성인용 초유는 대부분 소나 산양의 젖이다. 유아용에 비해 어른용 초유는 함량이 훨씬 높다. 원료는 청정지역인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 초유 제품을 생산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초유 수요가 폭증해 초유 원료 가격도 크게 올랐고, 생산량도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주로 성장과 면역력 강화를 위해 초유 성분이 든 분유를 먹지만 어른들은 보기 좋은 근육과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또는 위나 대장 등 장 부분의 수술 뒤 칼을 댄 부분의 빠른 세포회복을 위해 먹는 경우가 많다. 초유 속 성장인자(IGF, TGF-β 등)는 골격과 근육을 발달시키는 효과가 좋다. 독일 요한 울프강 괴테 대학의 연구결과 3개월간 초유 성분을 섭취한 운동선수 그룹은 섭취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근육량 증가율이 약 2배 이상 높았다. 미국 델라웨어대학 호세 안토니오 박사팀도 2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8주 동안 실험한 결과 초유를 먹은 그룹만 근육량이 약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근육에 관계하는 이 성장인자들은 위장이나 대장 수술 후 수술 부위 세포를 빨리 자라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초유를 과신해선 안 된다. 초유 속에 든 성장인자가 지나치게 성장호르몬을 활성화시켜 근육통 을 초래할 수 있으며, 가슴에 털이 과도하게 많이 날 수도 있기 때문. 성장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20대 초반 남성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전우규 교수는 "초유 성분 중 해독작용을 하는 것도 있는데 이 작용이 너무 과도하게 일어나면 발진과 발열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하루 4g(가루) 정도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