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마법에 걸린 날, 유난히 간지러운 그 곳

평소 남들보다 더위를 잘 타고 땀이 많은 최영미(25)씨는 ‘그 날’이 되면 더 괴롭다. 그 부위가 심하게 가려워지기 때문이다. 마음 놓고 긁을 수도 없는 부위라 계속해서 화장실을 왔다 오가다 보니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긁어도 나아지기는커녕 더 간지럽다. 이런 간지럼증은 특히 한여름에 생리를 하게 될 때 최고조에 달한다.

최 씨가 겪는 질환을 외음부 소양증이라고 한다. 외음부로부터 항문 주위에 걸쳐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보통 생리 중 생리혈이 피부에 직접 닿게 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생리혈이 피부에 직접 닿으면서 외음부에 습진성 피부염이 생긴 경우다. 제대로 씻지 않고, 통풍도 잘 되지 않으면 더 심해진다. 꽉 끼는 바지를 입는 경우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습진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진균성(칸디다성) 질염도 외음부 소양증의 원인이다. 곰팡이균으로 질에 염증이 생기는 진균성 질염이 생기면 외음부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곰팡이 균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임신여성, 폐경기 이후 여성 등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 생기기 쉽다.

마지막으로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되면 이럴 수 있다. 호르몬이 감소되면 질 분비물도 덩달아 감소해 질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고, 세균감염에도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치료하려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투여받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치료는 그 부위를 청결히 하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장기홍 교수는 “외음부를 씻을 때는 비누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찬물로 세척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너무 자주 씻으면 정상세균을 없애 또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 부위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조윤현 교수는 “소양증이 있으면 외출 시 조이는 바지나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속옷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잠을 잘 때에는 속옷을 벗어 아래부위를 환기시켜주면 어느 정도 가려움증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음부 소양증을 치료하려고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약국에서 약을 사다 바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럴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피부약 (스테로이드)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면역력을 저하시켜 이후에 진균성 감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반대로 습진성 피부염에 진균제를 바르면 피부 전체가 벗겨지기도 한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 홍유미 헬스조선 인턴기자 cbmass4136@nate.com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