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증학회는 우리나라 사람이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지만, 치료가 쉽지 않은 통증으로 근근막통증, 삼차신경통, 어깨통증, 요하지통, 암성통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6가지를 꼽았다.

■근근막(筋筋膜)통증

환자는 "담이 들었다" "근육이 뭉쳤다" "담이 돌아다닌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통증을 호소한다. 잘못된 자세로 오랫동안 일을 하거나 잠 자는 사람, 운동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목 통증을 자주 호소하는 직장인에게 잘 생긴다. 온 몸에 통증이 옮겨 다니지만 특히 목, 어깨, 날개 뼈, 가슴, 허리, 엉덩이 부위 통증 빈도가 가장 높다. 통증 유발 부위를 누르면 심한 통증과 함께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통증(연관통)이 퍼지며, 심할 경우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마비감, 코막힘, 현기증 등의 증상도 발생한다. 환자는 온 몸 이곳 저곳이 다 아픈데 병원에선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고 "신경성이다"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듣는 대표적 통증이다.

■삼차 신경통

40대 이상 여성에게 잘 생긴다. 머리와 목 부위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제5번 신경)이 뇌혈관과 접촉하면서 만성적으로 신경을 자극해 통증이 생긴다. 말을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얼굴 부위가 칼로 찌르는 듯 아프면 삼차신경통을 의심해봐야 한다. 심할 경우 바람이 얼굴에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생긴다.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고 경련, 눈 충혈, 침, 눈물, 콧물을 흘리기도 한다. 초기엔 약물로 통증을 낮출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통증이 생기면 두개골을 열어 삼차신경과 주위 혈관을 신경과 떨어뜨려 놓는 '미세혈관감압술(減壓術)'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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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팔 통증

손이 저리고 엄지 쪽이 구부려지면서 목 뒤쪽까지 뻐근한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은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아 손상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포착(捕捉)성 신경병증' 중 가장 흔한 '손목 굴(窟) 증후군' 가능성이 크다. 또 손바닥, 새끼 손가락 쪽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면서 온 몸이 욱신거리는 '팔꿉 굴 증후군'도 손목 굴 증후군 다음으로 많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팔을 위로 올리거나 뒤로 돌릴 때 어깨가 깨지는 것처럼 아프면 흔히 '오십견'이라고 부르는 '유착성 관절염(동결어깨관절)'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야구, 골프, 테니스 같은 운동을 할 때 팔을 올리고 내리기 힘들고 어깨가 빠질 듯 통증이 계속되는 것은 어깨 관절에 염증이 생긴 '어깨충돌증후군' 가능성이 크며, 어깨관절을 싸고 있는 근막(筋膜·회전근개)이 끊어져 운동할 때 통증이 생기고 밤마다 욱신거리는 '회전근개 끊김'도 통증의 원인이다.

■요하지통(腰下肢痛)

허리에서 다리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다.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추간관절증, 골다공증 등이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병이 없는데도 통증이 생긴다면 말초신경계나 중추신경계 손상, 또는 신경전달체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신경병증은 찌르는 듯한 통증, 화끈거림, 쑤시고 칼로 베는 듯한 느낌,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증상이 특징인데 치료가 쉽지 않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경우 더 심해진다. 걸을 때 엉덩이 신경에 통증이 와 보행장애가 오는 '조롱박근 증후군', 종아리 안쪽 부분의 통증과 함께 감각이 없어지는 '두렁신경장애(헌터관 증후군)', 발바닥 통증과 저림 현상이 심한 '발목 굴 증후군', 걸을 때 발바닥 중간 부위와 셋째·넷째 발가락에 압박이 생기는 '몰톤(Morton)병'도 비교적 흔하게 생긴다.

■암성통증

통증학회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2.1%가 통증을 호소하며, 말기 암 환자는 무려 80%가 심한 통증을 겪는다. 암세포는 뼈와 척추로 전이되면서 뇌신경, 말초신경까지 침투해 통증을 유발한다. 암성통증은 가슴부위 통증이 가장 심한데 갈비사이신경통, 변형성척추증 등이 직접적인 통증 원인이다. 또 가슴을 절개하는 암 수술 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돼 2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개흉술(開胸術)후 통증증후군'도 있다. 그러나 통증 치료보다 암 치료를 우선시하느라 암 통증 치료는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어릴 때 수두를 앓은 사람이 면역력이 약해지면 수두 바이러스가 침투하면서 피부 물집과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처음엔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이지만 점점 피부가 붉어지면서 작은 물집이 띠 모양으로 발생해 2~3주 정도 통증이 생긴다. 그 이후 옷깃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면서 몸 속에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울긋불긋해 진 피부가 치료 후에도 1개월 이상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인데 50세 이상이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잘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