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인터넷 다이어트 건강식품, 당신 생명도 조인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08/03/25 16:33
마황·요힘빈 든 불법 식품 인터넷 유통
심근경색·뇌졸중·마비·정신질환 일으켜
그러나 6개월간 열심히 운동도 하고, 비만클리닉도 다녀봤지만 살 빼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도저히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포기할 무렵, 친구가 '운동 없이 살 뺀다'는 문구가 적힌 미국산 건강식품을 권유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
효과는 기가 막혔다. 20일만에 체중이 2㎏ 정도 줄었다. 그러나 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다이어트용으로 금지된 마황이 들어있다. 이 성분이 든 제품을 먹고 사망한 사례도 있으므로 복용하지 말라"고 했다. 이씨는 "23인치 허리를 꿈꾸다 23세에 죽을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법 다이어트 제품, 인터넷에서 판친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다이어트용 불법 건강식품이 판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1월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불법 건강식품 일제 단속을 벌여 다이어트용으로 금지된 '요힘빈'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는 불법 건강기능식품 28개를 단속했다. 지난 2월엔 비만치료제의 주 성분인 '시부트라민'이 들어 있는 중국산 화분(花粉) 추출 제품 6개를 적발해 반송시켰다. 그 중엔 발암성분 '페놀프탈레인'이 든 제품도 있었다.
이런 제품들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거나, 아예 외국에서 직접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단속에 걸리더라도 사이트 이름만 바꿔 다시 개설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K쇼핑몰 관계자는 "다이어트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한국 사람을 겨냥해 외국의 각종 불법 다이어트 제품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다. 이것들은 부작용도 크지만 효과만은 확실해 특히 20~30대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시장 규모는 수 백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식약청 영양식품기준과 권오란 과장은 "국내서 다이어트용으로 정식 허가 받은 건강기능식품은 한 종류도 없으며, 그나마 체지방 감소효과가 인정된 것도 4개뿐이므로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다이어트용 건강식품은 대부분 불법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제품 배송까지 1주일 이상 걸린다" "외국에서 다이어트 효과 확인" "운동, 식이조절 없이 살 뺀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거나, 한글은 없고 외국어만 잔뜩 적힌 제품 등은 95% 이상 불법 제품이라고 권 과장은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건강기능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 84가지를 담은 '네거티브(negative)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할 때 위험한 성분은 마황(麻黃), 요힘빈(Yohimbine), 펜플루라민, 암페타민, 갑상선호르몬, 시부트라민 등 6가지다.
|마황|
이미 미국, 캐나다, 독일에서 마황이 든 다이어트 식품 판매를 금지했다. 마황에는 신경과 심장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에페드라 알카로이드'라는 자극물질이 섞여 있는데 하루 20㎎이상 섭취하면 심근경색, 발작, 뇌졸중, 정신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미시간대 의대 모겐스턴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하루 32㎎ 이상 마황을 섭취하면 뇌출혈 발생률이 3배 증가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뇌졸중 16명, 심근경색 10명, 급사 11명 등 마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926건 보고돼 2004년부터 판매를 금지했다. 마황을 커피 등 카페인 성분과 같이 복용하면 치명적인 부작용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팀은 마황과 카페인을 동시 복용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의 심장 박동수가 1분당 67회에서 82회로 증가하고, 부정맥 발생 위험이 3.5배 증가한다고 미국심장학회지에 보고했다.
|요힘빈|
최음제로 더 잘 알려진 요힘빈을 체지방 연소와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소량 복용할 땐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심장 박동이 급격히 상승되고 혈압이 높아지면서 마비 증상이 올 수도 있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에선 건강식품 사용금지 품목으로 규정했고, 우리나라도 수입금지 품목에 포함시킨 상태다. 소아의 호흡곤란, 임산부와 수유 중인 여성의 자궁 이완 등의 부작용도 있다.
|전문 의약품 성분|
▲마약 성분인 '암페타민' ▲폐 고혈압을 일으켜 사용이 금지된 '펜플루라민' ▲'리덕틸' 등 전문 비만치료제에 쓰이는 '시부트라민' 등 전문 의약품 성분을 일반 건강식품에 섞은 혼합제품도 위험하다. 의사 처방을 받아 복용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건강식품에 섞어 복용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미국 여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 4개월 만에 14㎏을 감량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이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상인이 갑상선 호르몬제를 장기 복용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겨 손이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며 안구가 돌출될 수 있다.
■체지방 감소 효과가 인정된 합법적인 제품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되는 성분으로 ▲공액리놀레산(CLA) ▲히비스커스 복합추출물 ▲대두 배아 열수(熱水) 추출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껍질추출물 등 4가지만 인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식욕억제, 체중감량 등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라 '식사를 조절하고 운동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에 대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효과를 한정했다.
그러나 이 네 가지 성분의 제품들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체질량지수(BMI)가 27 이상인 과체중 성인에겐 효과가 크지만, 정상이거나 그 이하인 사람이 복용하면 효과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