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와인바냐고요? 아뇨~ 병원인데요!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카페·갤러리·미용실… 병원은 변신 중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주변에 있는 램브란트치과. 충치 치료를 받으려는 김진희(35)씨가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와인바가 맞는다.

'치과가 맞나?'하고 어리둥절해 하는데 서너 명이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잠시 뒤에는 의사와 간호사, 병원 코디네이터가 와인바로 나와 환자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인다.

와인을 한 잔 마신 김씨는 '뮤직테라피'라고 써 있는 방으로 들어가봤다. 푹신한 안마의자에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헤드셋처럼 생긴 산소발생기를 착용하자 신선한 공기가 코를 시원하게 한다. 잠시 뒤 코디네이터가 방으로 들어와 장미향이 나는 아로마 오일로 10분간 손을 마사지해준다.

이 치과에는 뮤직테라피 방 외에도 큐레이터가 그림을 설명해주는 갤러리, 헤어디자이너가 머리를 손질해주는 헤어숍도 있다. 치료를 받은 뒤 김씨는 "치과라기보다는 고급 레스토랑 같다. 치과에 갈 때마다 잔뜩 겁을 먹곤 했는데, 이 치과에서는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이 치료 받을 때 별로 아프지도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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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브란트 치과 최용석 원장이 와인바에서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서울 신촌 홍대 부근의 의원 제너럴 닥터. 그윽한 커피향이 감도는 실내에 빈티지풍의 의자, 탁자, 오르간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져 있다. 음료 가격이 적힌 메뉴판 옆에서 가운을 벗은 의사와 간호사가 음료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병원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병·의원들이 늘고 있다. 병·의원 안에 카페, 미용실, 와인바, 갤러리 등을 갖춘 곳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의 지미안 피부과는 환자 대기실을 고풍스런 앤티크 카페로 만들었고, 인천 부평의 한길안과병원은 병원 안에 눈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 코스메딕클리닉은 메디컬 스파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 성남의 곽생로산부인과는 황토방과 물 안마 치료실을 운영한다.

대학병원들이 미술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갤러리를 두고 있거나, 정기 음악회를 여는 것은 흔하다. 개원가에서는 치료에 겁을 먹는 환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 치료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이색적인 시설로 환자 유치 경쟁에서 이기려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병·의원 중에서도 치과는 환자들의 공포가 치료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치과 최준선 교수팀이 지난 2006년 13~70세 16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공포감이 높을수록 치과를 찾는 횟수가 적고, 치료 효과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공포감은 진료 시간 동안 근육의 긴장도와 호흡, 심박동수 등을 바탕으로 측정됐다. 최 교수는 "치과의 공포감을 낮추기 위해서는 의료진과 환자의 의사 소통을 더 활발히 하고, 진료실 환경을 더 친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램브란트 치과 최용석 원장은 "치료 대기를 하면서 진료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약간의 와인을 마시도록 하면 치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고 통증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같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는 의사와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계기도 된다. 제너럴 닥터 김승범 원장은 "병원 안 카페에 앉아 인간적으로 편하게 환자를 대하면 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편하다. 이런 정보는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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