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ㆍ헬스조선 공동기획 - 나의 희망이야기(17)
뇌성마비 극복한 김영도군
7개월 만에 태어나 작고 약하지만 내 꿈은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되는 것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잘 걷지 못했어요. 태어날 때도 무척 작았다고 해요. 다른 아이들은 태어날 때 어른의 두 뼘 정도 되지만, 나는 키가 어른 한 뼘 정도밖에 안됐대요.
나는 다리랑 팔을 움직이는 게 다른 친구들보다 좀 느리지만 머리는 아주 좋아요. 얼마 전 유치원에서 한 지능검사에서 IQ 127로 나왔거든요. 내 짝꿍보다 훨씬 높아요. 우리 엄마는 나보고 천재래요.
나는 병원에 가는 게 좋아요. 엄마 말로는 한 살 때부터 계속 병원에 다녔대요. 간호사 누나랑 재활치료를 도와주는 형이랑 의사선생님 모두 나랑 굉장히 친해요. 내가 다니는 병원은 아주 큰 데 나는 안 다녀 본 데가 없어요. 지난 번에는 어떤 아줌마가 엄마보고 편의점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내가 자세히 알려줬어요. 나는 기억력이 좋거든요.
그런데 딱 한 군데 안 가본 곳이 있었어요. 수술실이에요. 의사선생님들이 멋진 푸른색 가운을 입고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병원에 오래 다녔지만 거기만 들어가 보지 못했죠.
그런데 작년 여름에 드디어 거기에 들어가게 됐어요. 수술실을 들어갈 때는 나도 흰 모자를 썼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니까 불빛이 번쩍번쩍해서 내가 TV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답니다.
그런데 수술하고 나왔는데 너무 아팠어요. 온몸에 붕대가 감겨서 움직일 수 없었어요. 아프고 힘들어서 엉엉 울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더 큰 소리로 울길래 나는 울음을 꾹 참았어요. 엄마가 우는 건 정말 싫거든요. 엄마는 내가 붕대 감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더 빨리 걷는다고 했어요.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나는 진짜 로봇처럼 가만히 누워 있었어요. 눈물이 나오려는 것도 꾹 참았죠.
그런데 붕대를 푸니까 다리랑 팔에 크고 긴 지렁이 같은 그림이 마구 그려져 있었어요. 엄마가 수술자국이라고 했는데, 영화에서 본 무서운 아저씨들 팔이나 등에 있는 그림들이랑 비슷해요. 반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갔는데 친구들이 자꾸 쳐다봐서 창피했습니다. 목욕할 때 엄마 몰래 열심히 문질러도 봤는데 없어지지 않아 속상해요. 그런데 엄마가 지렁이 그림이 생겼지만 이젠 뛸 수 있게 됐으니까 더 좋은 거라고 해서 마음이 좀 풀렸죠.
어제는 엄마랑 3월 달부터 내가 다닐 초등학교에 다녀왔어요. 누나는 10분만에 갔다 오는 거리지만 나는 엄마랑 걸어서 40분이나 걸렸어요. 나는 아직 걷는데 조금은 힘이 들거든요. 열 발자국만 걸어도 숨이 막 차고 등에 땀이 마구 나요. 엄마가 겨울이라고 옷을 너무 많이 입혀줘서 그래요. 너무 힘들어서 엄마한테 또 업어 달라고 떼썼는데 엄마가 이제는 안 된대요. 엄마 눈에서 또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지길래 내가 끝까지 혼자 걸어 갔답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다 걸어 갔는데도 초등학교 학교 문 앞에서 자꾸 눈물을 흘려서 내가 막 놀렸어요. 아빠가 그러는데 울보 엄마가 가장 많이 운 건 내가 네 살 때 처음 혼자 일어섰을 때였대요.
내 꿈은 의사 선생님이 되는 거랍니다. 우리 엄마는 의사선생님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요. 나와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갈 때마다 맛있는걸 가지고 가요. 나도 이제 학교에도 다닐 수 있고, 병원 안에서도 잘 다닐 수 있으니까 훌륭한 의사선생님이 될 자신이 있답니다. 그리고 우리 엄마 눈물도 안 흘리게 해줄 거에요. 예쁜 우리 엄마가 맨날 생글생글 웃게만 해줄 거에요.
주치의 코멘트
꾸준한 물리치료·승마치료로 걷는 상태 호전
영도는 태어날 때부터 뇌의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부위에 문제가 있었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보통 임신 개월 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뇌 손상이 간혹 있다.
영도는 출생 때부터 지금까지 병원에 다니며 작업치료와 물리치료를 꾸준히 해왔다. 작년에 온 몸의 근육을 이완해주는 수술과 복근을 강화해주는 승마치료를 받고 나서 걷는 상태가 꽤 좋아졌다.
재활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꾸준히 받지 않으면 평생 일어나지도 못하고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도는 아직 어린데도 의지가 강했고,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놀랄 만큼 호전되고 있다. 힘든 가정형편에도 꿋꿋이 일어서는 영도와 가족들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