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회사 동료와 사귄 지 몇 달 된 27세 회사원입니다. 9살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로, 사무실에선 제 바로 옆 자리에 앉습니다. 올해 초부터 사귀다가 한 번 헤어지고 다시 만난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가 글쎄 다른 부서의 또 다른 동료와 6년째 사귀었다고 하네요. 그녀와 정리하겠다고 말은 하는데,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동료 언니 역시 제 존재를 알면서도 별 반응을 안 보이고요. 심지어는 그 사람이 그 동료 언니와 함께 인터넷 메신저로 제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제게는 아직 정리할 용기가 안 난다며 기다려 달라던 남자가…. 너무 자존심이 상합니다. 대체 저는 그에게 어떤 존재인 거죠? (양다리 걸친 남자에게 당한 M)

A: 많이 속상하고 화도 나시죠? 놀림감이 된 기분마저 들 겁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가 여전히 M씨를 좋아해서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버리기 힘든가요? 학교나 직장에서 연인을 사귀고, 좋은 관계가 되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 서로의 생활을 잘 알고 있으니 공통 화제도 많을 테고, 같이 있는 시간도 자연히 늘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반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회사 커플만큼 피곤한 것도 없겠죠. M씨에게 그 남자는 아직도 소중하고 좋은 사람이겠지만, 그도 과연 M씨를 그런 존재로 여기고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는 M씨를 단지 그의 오랜 연애생활의 진부함과 익숙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기분전환의 대상, 혹은 그와 그 동료 언니 사이의 삐걱거리는 관계를 이어주는 아교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는 애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희생양(새 애인)을 찾아내 기분전환을 한 후, ‘구관(원래 애인)이 명관’이란 사실을 확인하곤 하는 사람인 것 같네요. 어쩌면 두 사람은 지금 M씨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p.s. M씨가 너무 순진한 것이 문제입니다. 9살 많은 그는 M씨에게 또래 남자들에겐 찾기 힘든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겠죠. M씨는 동료 언니를 제치고 그의 애인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졌을 테고요. 하지만 그건 환상일 뿐입니다. 그는 이미 된장찌개에 인이 박힌 아저씨입니다. 햄버거나 스파게티는 어쩌다 한 번 먹는 외식메뉴이고, 그건 된장찌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줄 대상일 뿐입니다.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건 결국 다시 그의 무료함을 해소해주는 심심풀이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일일 뿐입니다. 분하고 망신스럽겠지만 꿋꿋하고 의연하게 그 남자를 정리하세요. 그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행여 돌아오는 것 같아 보인다 해도 그건 당신에게 잠깐 머무르는 것뿐일 겁니다.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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