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피부 감기를 아시나요?
입력 2008/01/16 17:16
대학생 홍진경(22, 여) 씨는 최근 감기몸살을 앓은 후 심한 피부병에 시달려야 했다. 감기가 낫고 며칠 지나지 않아 정강이 부위에 붉은색 반점이 생긴 것.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부위가 피멍이 든 듯 불그스름하게 바뀌더니 피까지 흘러나왔다. 그 부위를 손으로 누를 때마다 심한 통증도 느껴졌다. 의사는 “감기후유증으로 결절홍반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감기몸살 후 생긴 피부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감기 바이러스가 몸 전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피부까지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마치 피부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약해지면서 울긋불긋해진다. 지름 5cm이하의 적색 반점부터 흩어진 고춧가루 모양, 나뭇잎 모양의 반점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감기로 인한 피부의 ‘불청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깨끗이 없앨 수 있을까.
원인은 감기바이러스
감기와 관련된 대표적인 피부질환은 결절 홍반, 장미색 비강진, 아나필락시양자반증, 적상 건선 등이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기에 걸린 후 나타나는 피부질환들이다. 모두 감기와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면역계를 망가뜨려 생기는 것으로 추론된다. 면역계에 혼란이 오면 자신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혈관을 남의 것으로 오해해 공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염증이 생기거나 혈관이 터져 반점이 나타나는 원리다.
피부감기의 종류와 증상
감기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피부질환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결절 홍반이다. 정강이 양쪽에 지름 약 1~5㎝ 정도의 적색 반점이 생기는 것으로 관절통이나 근육통, 발열, 부종 등을 동반한다. 증상은 대개 몇 주 후면 사라지고, 결절이 있던 자리는 멍든 것처럼 보인다. 결절 홍반이 생기면 결절이 사라지기 시작할 때까지 다리를 높게 올리고 누워서 쉬는 것이 좋다.
둘째, 장미색 비강진이다. 2~6cm 정도의 나뭇잎 모양의 붉은 반점이 몸에 한두 개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난 지 1∼2주일 후 다시 나타나 온몸으로 번지며, 재발되면 1~2cm 정도의 작은 달걀 모양의 분홍색 반점도 동반된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생기며 몸통과 팔, 허벅지에 잘 생기고, 드물게는 손이나 발, 두피에 생기기도 한다. 간혹 가려움증도 수반된다. 대개 6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개월간 지속되거나 치료 후 재발되기도 한다. 피부색이 짙은 사람일수록 검은 반점이 오래가기 쉽다.
셋째, 알러지 자반증이다. 양다리에 고춧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형태로 붉은 점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손바닥이나 발바닥에도 생긴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2주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심하면 두피와 등에 혹이 생기기도 하고, 얼굴, 귓바퀴, 혀 등에도 나타난다. 재발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넷째, 적상 건선이다. 은백색 비늘로 덮여 있으며, 지름 2~5mm 정도의 작은 물방울 크기의 반점이 온몸으로 빠르게 퍼지는 질환.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발생한다. 감기 후 2~3주 내에 발생하기 시작해 서서히 전신으로 번진다. 대부분 일시적으로 나타나지만 일부의 경우 계속 진행될 수도 있다.
치료법 및 주의사항
대부분 스테로이드제를 바르거나 항생제를 복용하고, 질환 부위에 자외선-B를 쬐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는 스테로이드 연고와 비타민 D 연고를 바르면 되지만 반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때에는 자외선을 쬐거나 연고를 바르는 것은 물론 항생제 복용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외선을 쬐는 광선 치료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증상이 계속되면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2주 이상 예민한 부위에 바르면 그 부위의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가 트게 되고, 다모증(多毛症)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미우 교수, 김경호 지미안피부과 원장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