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도 맛도 없는 그저 보통 물인데 병이 치유되는 약효가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믿어 줄까. 이 분야에 대해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맹물로 병을 치료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터무니없는 과장” 이라며 의심을 한다. 실제로 동종요법에서 사용하는 약은 화학적으로 성분을 분석해 보면 그냥 맹물에 가깝다. 하지만 “치료효과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 동종요법사들의 믿음이다.

동종요법은 1810년에 독일 의사 사무엘 하네만(Samuel Hahnemann)이 발표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당시 의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고 해서 더위를 더위로 극복해야 된다는 사상이 있었다. 큰 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작은 열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동종요법의 창시자 하네만 박사는 “어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제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한 열을 일으키는 말라리아의 치료는 정상 사람에게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키니네를 사용함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자신의 학설을 뒷받침하는 예로 들면서 설명했다.

서양에서는 호메오파시(Homeopathy)라 부르는 동종요법(같은 종류(同種)를 사용해 치료한다는 뜻에서 동종요법이라 번역되었음)은 원래 어원이 ‘조화와 균형’이라는 뜻의 호메오(Homeo-)와 병 또는 치료라는 뜻의 파시(pathy)가 합친 말로, “몸의 균형과 조화”를 이뤄주는 치료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동종요법을 통해 치료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나 이 치료법에 대한 신봉자들은 이를 종교처럼 굳게 믿고 있는 반면에, 회의론자들이 계속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약물의 제조 과정”에 대한 견해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동종요법의 이론은 “약을 희석하면 희석할수록 약의 치유력은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물 1cc를 맹물 100cc 에 섞으면 100분의 1로 희석될 것이고, 이 희석된 성분 1cc를 또 100cc의 맹물에 희석하면 1만 분의 1로 희석된 셈이며, 여기서 1cc를 또다시 100cc의 맹물에 섞으면 100만분의 1로 희석될 터인데, 1/100로 희석된 것보다는 1/1만으로 희석된 것이 더 효력이 강하고, 1/1만으로 희석된 것 보다는 1/1백만으로 희석된 것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사실상 1/1백만으로 희석된 것은 약물의 성분으로 따지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약물이건 독(毒)이건 간에 농도가 높아야 더 강하다고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희석될수록 더 강해진다’는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종요법에 대해서 조금만 더 자세히 알아보면 금방 “그것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동종요법에서 사용하는 희석방법은 진탕법(Succussion)이라 부르는 특수 방법이다. 진탕법이란 “막 흔들어 섞는 것”을 말한다. 모든 성분에는 물질적인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물질 안에는 역동적인 에너지도 같이 있는 법인데, 이 고유한 에너지가 ‘흔들어 섞는 진탕 과정’을 통해서 더 순화되고 이 에너지의 활성도도 훨씬 더 강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1/1백만 정도로 희석하면 약물의 성분은 물질적인 측면으로는 거의 없어진 상태가 되었을지라도, ‘흔들어 섞는 진탕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역동적 에너지의 활성도는 몇 십 배 몇 백 배로 강화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이 동종요법이 가장 성행하고 있는 나라가 인도다. 현재 인도에는 7만 명 이상의 동종요법사가 면허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프랑스에서 약 6000명의 의사가 동종요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이나 네덜란드나 러시아에서도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며, 남미에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에서 꽤 많이 사용하며, 미국에는 현재 약 1000 명 정도의 의사와 또 거의 비슷한 수의 요법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10여 년 전부터 동종요법을 시술하는 의사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전문인들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미론(氣味論)에 입각해 동종요법과 비슷한 치료법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오고 있는 셈이다.

동종요법이 서양에서 그렇게 오래 전에 생겼는데도 서양의학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변두리 의학’으로 차별대우를 받았던 이유는 “약을 희석할수록 강해진다”는 동종요법의 이론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동종 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동양의학이 미국에 소개되어 소위 동양의학 붐이 일어나면서 기타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따라서 고조되었기 매문이라 할 수 있다.

동종요법은 물질의 성분과 원소를 추출하여 순화시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서양의학의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 있고, 역동성 에너지(氣)와 조화(調和)의 개념을 강조하며 이열치열의 개념과 같다는 점에서는 동양의학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종요법은 동서의학 접목의 한 실질적 모델이다.

한편 동종요법 전문가들은 임상 경험의 축적을 통하여 통증, 알레르기, 천식, 관절염, 간질, 당뇨병, 피부 발진, 감기, 만성 피로, 월경전 증후군을 비롯한 각종 부인과 질환, 정서장애 등의 질병과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동종요법은 내과나 소아과 영역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알레르기성 질환에 좋은 효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만성에서보다는 급성에서 더 효과가 좋은 것으로 되어 있다.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