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목소리만 듣고도 남성과 여성, 소년과 소녀를 구분할 수 있다. 또 그 사람의 성과 연령대까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성과 연령에 따라 목소리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비밀은 바로 ‘호르몬’에 있다.

발성기관 중 진동기에 속하는 후두는 호르몬에 매우 민감하며, 모든 성호르몬 수용체를 갖고 있다. 신생아나 유아의 울음소리로 그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없는 것 또한 성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는 변성기가 지나야 성별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목소리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은 갑상선 호르몬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호르몬으로 음색에도 영향을 미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처럼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가 심각하게 저하될 경우 성대가 붓고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이 경우 갑상선 호르몬제를 투여하면 정상적인 목소리로 변한다.

안드로겐에서 분화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성감을 증가시키고,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뛰게 한다. 사춘기에 소녀들은 여성으로 변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화음을 갖게 되고, 소년들은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성대근육과 점막구조가 변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화음을 형성하게 된다. 또 이러한 성호르몬은 목소리의 주파수를 변화시킨다. 특히 남성의 경우 호르몬의 영향은 두드러지는데 성대의 모양과 점막이 변화를 일으켜 성대가 두껍고 커지게 된다.

환관(내시)은 사춘기 이전, 대략 10세 이전에 성기와 음낭을 모두 제거한다. 그러면 2차 성징이 없어지면서 털과 수염이 나지 않고, 목소리가 여성화되며, 중성적인 신체를 보인다. 이들은 피부가 부드럽고 연약하며 팔다리가 길다. 또 결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 적이 없기 때문에 성격이나 사고 및 신체 특징이 모두 사춘기를 경험하지 못한 소년기에 머물게 된다.

사춘기 이전에 음낭과 성기를 모두 제거한 환관은 후두와 성대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고운 소년의 목소리를 내지만, 음낭을 남기고 성기만을 제거한 경우는 굵은 남성의 목소리를 갖는다. 사춘기 이후에는 성기와 음낭을 모두 제거해도 목소리의 변화 없이 굵은 소리를 갖게 되며, 다소 불안정하기는 하나 남성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

만약 유전적인 결함으로 남성과 여성을 모두 갖고 태어나는 경우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이 한 몸에 공존하는 경우다. 그러나 목소리만큼은 신체적인 불완전함과 상관없이 성염색체에 따라 결정된다. 성염색체와 상관없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환관뿐이다. 목소리의 나이와 성을 구분짓는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만들어낸 제3의 성, 그들이야말로 운명을 거스르고 천상의 목소리를 얻은 사람들인 것이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