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문의가 보는 메디컬드라마 ‘뉴하트’①
흉부외과와 심장내과의 환자쟁탈전
어느 집단이든 이해관계에 얽히게 되면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 앞에서 ‘밥그릇 싸움’하는 의사가 있다는 것은 아주 비현실적인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번 방영됐던 MBC 의학전문 드라마 ‘뉴하트’에서도 이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협심증에 걸린 재벌 회장을 두고 심장내과 의사와 흉부외과 의사의 ‘환자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협심증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근육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는 질환. 드라마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흉부외과에게서 관상동맥우회술을 받기로 한 VIP급 재벌 회장의 수술은 흉부외과에 응급환자가 많은 바람에 연기되고 말았다. 이 틈을 비집고 심장내과 의사가 허벅지 혈관을 통해 삽입하는 카데터를 이용해 막히고 좁아진 혈관을 뚫고 넓히는 시술, 관상동맥중재술을 회장 가족에게 제안했다.
VIP급 환자를 가로채는 데는 심장내과 의사가 성공했지만 내과의사들의 승전(勝戰)은 계속되지 않았다. 관상동맥중재술 도중 그만 환자의 혈관이 터져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고지혈증 환자였기 때문. 환자는 응급상황에 빠지고, 수술의 주도권은 다시 흉부외과에 넘어간다. 수술은 결국 흉부외과가 관상동맥우회술로 마무리했다.
실제로 협심증 환자에 대한 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협심증 환자는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중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또 이러한 영역다툼을 하는 의사는 얼마나 많을까. 이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심장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아 병원을 방문한 협심증 환자는 검사(관상동맥조영술)를 통해 환자의 심장의 구조적 상태와 이상, 생리, 병리에 대한 전반적인 상태를 진단한다. 이후 환자는 심장내과에서 시술(관상동맥중재술)을 할 지 아니면 흉부외과로 옮겨 관상동맥우회수술을 받을 지가 결정된다.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으면 전신마취와 절개를 피할 수 있고, 수술 후 따르는 통증이나 갖가지 합병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관상동맥중재술은 사타구니의 동맥을 통해 가는 관을 관상동맥까지 삽입한 후 좁아진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고 금속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한 후 넓어진 혈관을 고정하는 시술로 관상동맥우회술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관상동맥우회로술은 관상동맥이 좁아진 부위가 여러 군데거나 심하게 막혔을 때 가슴을 절개한 뒤 관상동맥의 막힌 부위를 우회해 피가 흐를 수 있도록 새로운 혈관으로 연결해 주는 수술이다. 그러나 관상동맥중재술은 환자에 따라 아예 시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보다 더 위험한 경우도 있고, 여러 곳에 시술할 경우에는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다, 시술한 곳이 다시 좁아지기도 하기 때문에 시술을 결정할 때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가장 이상적인 치료방법은 의사가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내과와 흉부외과 의사의 완전한 협진체계를 통해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내용처럼 ‘자기과시형’의 의사가 석연치 않은 명분으로 환자의 운명이 뒤바뀔 만한 결정을 스스럼없이 해대는 경우가 현실에서 아예 없으란 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내과와 흉부외과 영역의 다수 의사들은 선의의 경쟁은 펼치면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다수의 흉부외과와 심장내과 의사들이 오해받지 않도록 ‘뉴하트’ 제작진이 치밀하게 현실을 검증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 드라마의 VIP환자 쟁탈전이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환자에 대한 배려를 지니면서 실력과 양식을 두루 갖춘 의사들이 많아지기를 고대해 본다.
/오삼세 세종병원 흉부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