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우(8)양은 살을 빼기 위해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피검사를 했더니 또래기준으로 180㎎/㎗이하여야 할 콜레스테롤 수치가 230㎎/㎗나 됐다. ‘고지혈증’이었다. 기름이 잔뜩 낀 혈액이 혈관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의료진의 식단분석 결과, 김양의 어머니는 평소 식탁에 고기와 빵, 케이크 등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음식을 올리면서 아이의 식습관을 엉망으로 길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김 양의 어머니 역시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정상 200㎎/㎗ 이하)가 훌쩍 넘는 고지혈증 환자였다.

부모 콜레스테롤, 자녀에게 영향

부모와 자녀의 콜레스테롤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부모의 자녀일수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전문의들은 대표적인 이유로 부모의 식습관을 그 이유로 꼽았다. 부모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음식을 좋아하면 자녀 또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음식에 노출될 확률이 크다는 것.
인제백병원 가정의학과 유선미, 강재헌 교수와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대사영양질환팀 송지현 박사 연구팀이 초등학교 1학년 남녀 아동 108명과 그들의 부모 216명을 대상으로 아동 콜레스테롤 수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환경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였던 아버지의 자녀는 200㎎/㎗인 아버지의 자녀에 비해 평균 8.1㎎/㎗가 높았다.
자녀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인 어머니의 자녀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250㎎/㎗인 어머니의 자녀가 13.3㎎/㎗정도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나타냈다.
강재헌 교수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서 식습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이유는 어머니는 가족의 식단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아버지에 비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리없이 발생하는 고지혈증, 조기 발견이 중요

고지혈증은 중성 지방과 콜레스테롤 등의 지방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혈액 중에 지방량이 200㎎/㎗(성인기준)을 초과한 상태다. 고지혈증이 심해지면 피 속에 있는 콜레스테롤과 같은 물질이 심혈관과 뇌혈관에 달라붙으면 뇌와 심장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다.
고지혈증은 소리 없이 진행되다 어느 날 갑자기 문제가 생기는 병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총 콜레스테롤이 200㎎/㎗을 넘은 채로 5~10년이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혈관이 막혀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란셋(LANCET)에 발표된 영국 유수프 박사의 ‘INTERHEART 연구’에 따르면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190㎎/㎗을 넘어서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증가하며 240㎎/㎗에 이르면 사망률이 2배로 높아진다.
고지혈증은 한번 진행되면 그 정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소아ㆍ청소년기에 고지혈증이 확인됐다면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해나가는 것이 고지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국내에도 아동 고지혈증 위험군 선별검사 기준 만들어야

미국 소아과학회 국립보건원은 ‘미국의 콜레스테롤 교육프로그램(NCEP: National Education Program)’의 소아 및 청소년에 대한 콜레스테롤 선별검사 지침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부모나 조부모 중 55세 이전에 관상동맥 질환을 앓은 가족력이 있거나, 콜레스테롤이 이상인 부모의 자녀는 관상동맥질환 위험군으로 정해 콜레스테롤 측정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마땅한 기준이 마련돼있지 않다.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유선미 교수는 “고지혈증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비만아나 고지혈증 가족력이 있는 아이에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해 이들을 대상으로 평소 식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하도록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