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할머니들은 간장 독에 숯을 넣어두었다. 간장 속에 든 불순물을 숯이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냉장고 안은 물론 방이나 거실에 숯을 놓아둔 집도 있다.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환경오염 물질을 차단해준다는 숯 제품들도 여러 가지 출시돼 있다. 최근에는 질병 치료효과가 있다는 먹는 숯까지 나오고 있다. 숯이 위생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병까지 고친다는 주장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다양한 숯 제품 나와
생 소나무를 태워 미세하게 가루로 낸 먹는 숯, 면 헝겊에 숯가루를 넣어 만든 찜질 팩, 목욕용 숯가루 등 다양한 형태의 숯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숯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1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로암 건강생활연구원 이정림 원장은 “조상들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숯을 복용했다. 동의보감에도 배가 아프고 고열이 날 때 숯가루를 개어 복부에 대주면 통증이나 고열이 완화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숯의 효능은 과학적으로도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숯 전문가들은 중금속이나 먼지, 수분, 공기를 흡착하는 숯이 소화, 지혈, 진통, 제균, 해독, 염증 제거 작용을 돕는다고 말한다. 또 장내의 부패한 단백질 찌꺼기나 지방알갱이, 잔류 농약, 중금속, 식품의 색소첨가제, 조미료 등을 흡착해 장을 깨끗이 청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혈액을 깨끗이 해 인체의 저항력을 높이기 때문에 간장과 신장의 부담을 덜어 몸의 피로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다.
◆식약청 허가 받은 숯제품은 약용탄이 유일
숯가루를 상처 부위에 바르거나 패치로 만들어 붙이고, 목욕물에 섞어 목욕을 하면 상처부위의 염증을 빨아들여 통증을 없애기도 한다. 몸에 들어간 숯가루는 잔류하지 않고 배설되기 때문에 과잉 섭취하거나 피부에 접촉해도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숯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시판되고 있는 숯 제품 중에서 효능이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것은 약용탄 단 한 제품뿐이다. 약용탄은 약국에서는 배탈환자들에게, 병원 응급실에서는 음독을 기도한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쓰인다. 다만 약용탄도 업체가 주장하는 정도의 효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의사와 약사들은 말한다.
경희대 약대 정세영 교수는 “약용탄을 소량 복용하면 숯이 중금속이나 세균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고, 가스도 흡수해 소화를 편하게 하는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 효과는 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숯보다 효과가 월등한 치료제가 많은 요즘 질병 치료 목적으로 숯을 복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장 약한 사람은 숯 먹으면 안돼
숯 복용의 효과는 극히 낮은 반면, 위험성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을 먹지 않고 숯을 많이 먹으면 숯이 장내의 물을 흡수해 위와 장을 달라 붙게 하거나 막히게 할 수 있다. 또 숯이 효소, 비타민, 미네랄 등을 흡착해 소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변비가 있는 사람, 장이 약하거나 운동이 느린 사람, 장이 부분적으로 막힌 사람들은 숯을 먹어서는 안된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오창현 사무관은 “딱딱한 야자 숯이나 표면 모양이 바늘 끝처럼 뾰족한 참나무 숯, 재질이 좋지 않은 공업용 활성탄이나 공업용 숯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 숯을 먹으려는 경우에는 반드시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