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의대는 어린이 기침약 기침억제성분인 ‘덱스트로메토판’보다 소량의 꿀이 기침 증상과 빈도를 완화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최근 내 놓았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꿀물을 타 먹이던 선조들의 ‘민간 요법’이 과학적으로 입증 받은 셈이다.
예로부터 꿀은 식품이 아니라 약이었다. 꿀은 수천 년 전부터 신성시돼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의 피라미드에 꿀 단지를 함께 넣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열이 날 때 벌꿀을 먹게 했다. 동양에선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독을 풀어 아픈 것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온갖 약의 환약(丸藥)을 만드는데 꿀을 사용했다.
◆꿀의 효능
꿀은 과당과 포도당 등 단당류로 구성돼 소화·흡수가 빨라 에너지원으로 좋고, 꿀에 함유된 철분은 빈혈을 예방하고, 칼륨은 체내의 콜레스테롤 및 혈관 속의 노폐물을 제거해 혈행(血行)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꿀에는 면역력을 높이는 미네랄이 많아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또 장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의 증식을 도와 유해균에 맞서는 항균(抗菌)작용도 뛰어나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은 “꿀의 살균력 때문에 감기에 걸렸거나, 입안이 헐었거나, 물집이 생겼을 때 꿀을 먹거나 바르면 치료효과가 있다. 또 염증이나 화상을 입었을 때 피부에 직접 사용하거나 보습효과가 좋아 화장품 원료로도 이용된다”고 말했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해소용으로 꿀물을 마시는 이유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아 피로회복의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에게 설탕보다 꿀이 좋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 서울대병원 내과 이홍규 교수는 “과당은 피 속에 있어도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뿐, 설탕이나 꿀이나 먹으면 혈당이 상승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천연식품인 꿀은 당 이외에도 양질의 미량 영양소가 많아 화학성분이 함유된 정제된 설탕보다 낫다. 때문에 설탕 대신 꿀을 감미료로 사용하거나 차에 조금 타서 먹는 것은 얼마든지 좋지만 숟가락으로 떠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꿀의 종류와 보관
꿀은 원료가 되는 꽃에 따라 ‘아카시아꿀’ ‘밤꿀’ ‘유채꿀’ 등으로 나뉜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과당, 포도당 등 당질이 78%이며 그 외에 17종의 아미노산, 10종의 비타민류, 12종의 미네랄, 효소, 유기산, 수분 등으로 구성돼있다. 일반적으로 한 종류의 꽃에서 채취한 꿀이 40% 이상이면 ‘진짜’ 꿀로, 꿀과 물엿을 섞어서 만들었거나 벌에게 설탕을 먹여 벌집에서 꿀로 전환시킨 것은 ‘가짜’로 간주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꿀에 대해 인공감미료, 식용타르색소 등 10가지 규격기준과 항생제 등 동물약품 잔류허용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으며, 농협이나 한국양봉협회에서 이 기준에 따라 국산 꿀과 수입 꿀에 대해 품질보증을 하고 있다.
동아대 식품과학부 방극승 교수는 “물같이 맑은 색깔의 아카시아 꿀은 맛이 가장 좋아 세계적으로 최 고급품으로 취급되며, 색이 진하고 다소 쓴맛이 나는 밤꿀은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많다. 유채꿀은 향이 좋지만 쉽게 굳어 품질이 떨어진다. 생산량은 적지만 맛이나 기능성 물질 함유량 등 품질면에서는 주요 꿀 생산국인 멕시코, 중국, 미국 보다 우리나라 꿀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한편, 꿀은 유통기한이 따로 없지만 효소가 있어 발효되지 않게 하기 위해 21%의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꿀은 수분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밀봉하거나 꿀을 가열하여 효소를 없앤 뒤 보관하면 발효로 맛이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꿀의 영양분은 온도와 관계없이 유지되지만 냉장보관 시 꿀이 굳기 때문에 상온에 보관해야 한다. 꿀 단지보다는 작은 포장이나 공기 접촉이 안 되는 페트병 형태의 용기가 좋다.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윤기선 교수는 “곰팡이는 기본적으로 당 성분을 좋아하고 수분이 많지 않아도 번식을 잘하므로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