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

‘술 비상’ 걸린 肝(간) 구원투수 투입하라

오늘도 또 술이다. 하루 과음하면 2~3일은 간이 쉴 수 있도록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쯤은 물론 안다. 그러나 ‘휴간일(休肝日)’ 지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최소 열흘은 더 빽빽한 송년회 약속을 소화해 내야 한다. 이 비정한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간이 혹사당하는 것쯤은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차선책(次善策)이라도 찾아보자. 어떻게 하면 술을 마시면서도 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연말엔 간장 약 매출이 여름보다 2배 이상 증가한다는데, 간장 약이 정말 간을 보호할 수 있을까? 간에 좋은 음식은 어떤 음식들일까? 술에 덜 취하고 빨리 깨게 한다는 각종 한약들 도움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술 비상’에 걸린 간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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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약 _ 비타민처럼 매일 꾸준히 복용을

‘술 깨는 약’으로 더 잘 알려진 ‘우루사(대웅제약)’ ‘쓸기담(삼성제약)’ ‘헬민(동화약품)’ ‘레가논(부광약품)’ 같은 간장 약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숙취 제거제가 아니다. 물론 음주 후 손상된 간의 회복속도가 다소 빨라지고, 과음 후 나타나는 ‘간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효과가 있긴 있다. 그러나 술 마시기 전후 한 두 알 복용했다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제약 회사들이 홍보하는 것과 같은 간 조직보호, 간 기능 개선, 간질환 예방 효과를 바로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간장 약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비타민제처럼 평소 하루 두 알씩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실제로 의사들은 간 질환이 있는 환자뿐 아니라 알코올성 지방간 수치가 높거나, 지방간이 없더라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간세포 재생과 간 노폐물 배출 등을 위해 간장 약을 처방 또는 권고하고 있다.

간장 약은 장기복용으로 인한 내성이나 의존성은 거의 없지만 설사, 구토, 변비, 가려움, 발진,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간혹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해진 용량대로 복용해야 한다. 임신부, 수유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 심한 담도 폐쇄 환자, 대장·소장염 환자는 약 부작용이 심하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가장 대중화된 간장 약은 웅담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린산’의 효과를 이용해 간 노폐물을 배설하는 통로(미세담도)가 막히는 것을 막는 약(우루사, 쓸기담)과 숙취 원인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제거하고 지방간 발생을 억제하는 알코올 해독성 간장약(헬민200, 레가논) 등이 있다.

매출이 가장 많은 ‘우루사’는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200㎎)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50㎎) 두 종류가 있다.


한약 _ 칡즙·쌍화탕 효과 좋아··· 附子(부자) 등 간 독성 약재 조심해야

한방에서는 과음을 하면 몸에 습하고 더운 기운, 즉 ‘습열(濕熱)’이 쌓이는데, 이것을 주독(酒毒)으로 본다. 주독을 푸는 약재로 칡(갈근·葛根), 산사(山査), 백출(白朮), 백복령 등을 사용하는데, 이 중 칡을 으뜸으로 꼽는다. 칡을 주 성분으로 하는 ‘청간해주탕(淸肝解酒湯)’은 알코올성 간 질환이 있거나 과음한 사람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하며, 주독에 지친 간을 보(補)하기 위해 쌍화탕(雙和湯), 공진단(供辰丹) 등도 처방한다.

손쉽게 사서 마실 수 있는 쌍화탕은 백작약, 숙지황, 당귀, 황기, 천궁, 계피 등을 넣은 약재로 술로 인해 간이 많이 상하거나 기혈(氣血)이 모두 허한 경우에 쓴다. 사향이 들어 비싼 공진단도 녹용, 당귀, 산수유 등의 약재로 장기간 술을 마셔 간이 피로한 사람의 보약으로 적당하다.

그러나 한약 중 부자(附子), 천오(川烏), 초오(草烏), 맥각(麥角), 토근(吐根) 등의 약재는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일반 보약에도 이런 약재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간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에는 보약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음식 _ 땅콩 등 견과류 좋지 않아··· 살코기 많이 먹어라

손상된 간 세포의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간 질환 환자의 경우 하루 90g 이상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며, 콩이나 생선에 많은 불포화 지방산 등을 통해 지용성 비타민 흡수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육류(살코기), 닭고기, 생선, 어패류, 콩, 우유 등이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비타민A, C, E 부족현상을 보이므로 비타민과 미네랄도 필요하다. 비타민은 직접적인 에너지원은 아니지만 간 효소 기능을 도와 몸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오렌지, 토마토, 양배추, 샐러드, 파슬리 등이 좋다. 녹황색 야채, 해초류 등 미네랄이 듬뿍 든 음식도 좋다.

그러나 기름이 많은 튀김, 전, 마요네즈, 사탕, 과자, 팝콘, 삼겹살 등 달고 지방이 많은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술 안주로 좋다고 알려진 땅콩이나 호두 등 견과류도 지방 성분이 많아 좋지 않다. 라면이나 통조림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은 가급적 먹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인스턴트 식품에는 해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어 술에 지친 간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

민간요법으로 사용되는 돌미나리, 인진쑥(약쑥) 등도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그러나 즙을 내서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도리어 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적당량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아예 즙 대신 요리해 먹는 것이 좋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도움말=손주현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이장훈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교수, 최종영 강남성모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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