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질환
약·비데 관장… 습관적으로 하면 병난다
입력 2007/12/11 15:33
신경 감각 떨어져 변비 악화
괄약근 약해지고 가려움증
장염 증 각종 합병증 유발
식생활의 서구화로 변비 환자가 늘면서 습관적으로 관장을 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장을 자주하면 도리어 변비가 심해지거나 다른 대장항문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오영 교수팀이 2005년 9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15세 이상 1029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2.8%에게 변비 증상이 있었고, 8.2%는 병원처방 없이 약국에서 관장약을 사서 집에서 관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12월, 대장항문전문 한솔병원 종합건강진단센터가 일반 건강검진자 300명을 조사한 결과에선 전체의 16.7%가 병원 처방 없이 스스로 관장을 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10회 이상 관장을 한 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주일에 2회 이상 관장을 하는 사람이 41.7%, 3회 이상 관장을 하는 사람도 16.7%나 됐다. 수년 전부터는 체내 묵은 독소를 빼낸다는 ‘디톡스 열풍’에 따라 변비가 없는데도 커피, 소금물, 레몬주스, 유산균 등으로 관장을 하는 사람까지 늘고 있다.
그러나 관장은 변비 해결을 위한 최후의 방법이다. 관장 약이나 커피, 소금물 등의 관장 액으로 자주 관장을 하면 항문의 개폐(開閉)를 담당하는 괄약근과 직장, 대장에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즉 항문 괄약근이 느슨해지거나, 항문점막이 충혈돼 치질이 생기거나, 항문이 짓무르고 염증이 생기거나, 항문에 상처가 나 변이 찔끔찔끔 나오는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또 관장 과정에서 세균이 대장에 침투해 출혈이나 궤양, 복막염, 패혈증, 심하게는 사망 사례까지도 보고돼 있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는 “변이 꽉 막혀 도무지 나오지 않거나 장기간 변비약 복용으로 장이 배변기능을 못하는 경우, 장에 혹이 있어 배변이 어려운 환자 등이 아니라면 관장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관장 기능이 첨가된 비데까지 등장해 변비 해소 또는 독소 배출을 위해 관장을 하는 인구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정한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관장용 비데로 관장을 한 뒤 변을 보면 변이 시원하게 나오므로 자기도 모르는 새 변을 보기 전 매번 관장을 하게 된다”며 “최근 ‘비데 관장’을 습관적으로 하다 문제가 생겨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비데 관장을 6개월 이상 매일 하면 항문과 직장 신경의 감각이 떨어져 변이 직장까지 도달해도 ‘변의(便意)’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도리어 변비가 심해지거나 항문 괄약근이 약해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 층이 씻겨나가 피부가 건조해지고 항문가려움증이 잘 생기며, 특히 치질이 있는 사람이 수압이 센 비데관장을 할 경우 치질 부위가 헐어 출혈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비데 생산업체는 ‘관장기능을 너무 자주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기기에 붙여놓고 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오영 교수는 “변비가 심한 경우엔 분말 식이섬유 등의 변비 치료제를 먹거나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고 나서 그래도 안 될 때만 관장을 하는 것이 좋다”며 “변비도 없는 사람이 독소 배출을 위해 관장을 하면 대장균 등 대장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균까지 없어져 장염 등 각종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