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 들지 못하는 것만 불면증이 아니다. 잠을 자는 중간 여러 번 깨거나 너무 이른 새벽에 눈을 뜨는 것도 불면증에 속한다. 누구나 겪어 봤음직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수면 중 깨는 증상이 반복되면 낮에 심하게 졸리거나 뇌기능이 저하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수면질환전문 숨 수면센터 이종우ㆍ박동선 공동원장이 성인 1388명을 대상으로 수면 유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4%(744명)이 수면 중 깨는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하룻밤에 1~2번 이상 깨는 경우가 67%(499명), 3번 이상 깨는 경우도 33%(245명)에 달해 수면 중 자주 깨는 증상이 수면유지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우 원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룻밤에도 몇 차례씩 깨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사결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수면문제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수면리듬은 1~3단계의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렘수면으로 구성돼 하룻밤 동안 4~6회를 반복한다. 하지만 중간에 깨게 되면 이런 수면리듬이 깨져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실제로 수면 중 3회 이상 깨면 수면 효율이 81.7%로 떨어진다. 수면효율이란 실제 수면시간을 총 누워있는 수면시간으로 나눈 것으로 최소 90~95%이상은 되어야 정상이라고 본다. 수면리듬이 깨지면 긴 시간 자더라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수면 중 깨는 원인으로는 수면질환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수면 중 숨이 멎는 상태가 10초 이상 지속되는 수면무호흡증이 대표적이다. 이 환자들은 잠자면서 제대로 호흡하지 못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다가 급기야 수면 중 깨는 것을 반복한다.

심한 경우 자신도 모르게 깨어나 앉아 있기도 하지만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면무호흡증으로 호흡이 멈추면 근육이나 뇌가 호흡을 다시 하기 위해 각성상태가 되면서 환자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수면리듬은 심각하게 깨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면 중 깨는 불면증이 반복되면 낮 동안의 심각한 졸림증과 판단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인지능력장애, 기억력감퇴, 수학능력기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도 높아진다.

박동선 원장은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수면 문제로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낮 졸림증을 유발하거나 운전 중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수면 중 자주 깨면 배후에 숨어있는 수면질환 여부 확인과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