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찾아오는 여성심장병 주의!

폐경 이후 만성 소화불량…심근경색 의심해봐야 심근경색 사망률 남성의 1.48배 울렁증·피로 등 전조증상 다양

▲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1년 뒤 건강하게 팬들 앞에 다시 선 연기자 사미자(66)씨. 그녀는 쓰러지는 순간까지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다. 조선일보DB


여성의 심장은 안전할까?

연기자 양택조, 야구해설가 하일성, 인기가수 거북이, 데프콘 등 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쓰러진 사람은 대부분 남자다. 그래서 심장병을 남성의 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주부들도 자기 심장이 병든 줄 모르고 남편 심장만 걱정한다. 그러나 큰 착각이다. 어떻게 보면 남성의 심장보다 여성의 심장이 더 큰 위협에 처해 있다.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여성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지난 10년 새 4.1배나 늘었다. 남성이 3.4배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더 가파른 증가세다. 그런데도 소홀히 여겨지는 이유는 남성보다 더 늦게 발병하기 때문. 남성은 30~50대 한창 일할 나이에 쓰러져 주목을 받지만, 여성은 50대 이후에 주로 발병해 세상의 이목(耳目)에서 멀어지고 있다.

여성의 심장병은 폐경이 되면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스트로겐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을 많이 분비하게 하고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분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LDL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을 많이 쌓이게 하므로 혈관벽을 두껍게 만들어 혈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이 LDL이 혈관벽에 두껍게 쌓여 동맥경화가 일어나고, 심근경색의 위험도가 커진다. 또한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심장주변 혈관과 심장벽도 점점 경화(硬化)돼 심근경색의 위험이 더욱 커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의 심근경색은 남성의 그것보다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대한순환기학회 자료에 따르면 여성 심근경색 사망률은 남성의 1.48배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 구조상 심장도 작고 혈관도 가늘어 심근경색이 일어날 경우 악화되는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것이다. 둘째, 남성은 가슴통증이라는 전형적인 심근경색 전조(前兆)증상이 나타나는 데 반해 여성은 다양한 전조증상이 나타나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 심근경색 환자는 남성보다 늦게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사망률도 높아지게 된다.

여성 심근경색의 전조증상은 다양하다. 남성들이 대부분 가슴이 쥐어짜는 듯하고 찌릿찌릿한 전형적인 전조증상을 나타내는 반면 여성들은 소화불량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려 소화제만 복용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통증은 없지만 전신의 힘이 없고 피로하며 숨이 심하게 차는 듯한 전조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 가슴이나 배 쪽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등이나 팔 쪽에만 아픈 경우도 있다.

여성이 남성과 다른 심근경색의 증상을 나타내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여성의 호르몬체계와 자율신경체계가 남성의 그것과 다른 것에 주목한다.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김현중 교수는 “여성은 심근경색이 일어 났을 때 심장 주변의 자율신경계가 소화기관이나 타 기관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해 전조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며 “폐경기 이후 소화불량이나 극심한 피로감 등과 함께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 진단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순환기내과 서정주 교수는 “여성이 폐경기가 되면 반드시 1년에 한번은 심장검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과음, 흡연을 피하고 혈관 건강을 좋게 하는 채소·과일·해조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여성 심근경색 증상

1. 아무런 이유 없이 명치나 가슴 쪽이 메스껍고 체한 느낌이 든다.

2. 가슴 통증은 없는데 등이나 팔, 다리가 아프다.

3. 전신이 이유 없이 피로하다.

4.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

5. 우울하고 불안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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