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둔해진 미각 되찾으려면 녹황색 채소 드세요
입력 2007/11/13 16:33
미세포, 45세 전후해 퇴화 시작
아연 풍부한 음식 미각 유지시켜
가공식품 피하고 충분히 씹어야
둘째, 침의 감소다. 침은 음식을 충분히 용해시키고 작은 분자로 만들어 혀의 미세포 내 감각 수용기에서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등을 감지하도록 한다. 폐경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로 침이 말라 입안이 쓰리거나 화끈거리면서 미각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침샘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침이 마르는 쇼그렌 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중에도 침의 생성이 감소돼 미각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엔 일시적으로 침 성분이 변해 제대로 된 맛을 못 느낄 수 있다. 전 교수는 “아프거나 기운이 없을 때 ‘입이 쓰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셋째, 약의 과다 복용이다. 대구카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예미경 교수는 “미각장애를 호소하는 대부분의 환자가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 만성질환 약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이다. 미각세포는 약 11주마다 재생되는데, 당뇨약 등은 미각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을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고 말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이비인후과 송달원 교수는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감각 신경에 내성이 생겨 미각이 감퇴할 수 있다. 또 신장질환,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대사성장애가 있을 경우에도 미각이 소실되거나 맛이 없어도 맛을 느끼는 미각환상에 사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 신경의 문제다. 미각을 전달하는 안면신경의 일종인 고삭신경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외상을 받아 미각을 못 느낄 수 있다.
다섯째, 특정 질병이다. 위산이 올라오는 위식도역류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입에서 신맛이 나 음식 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미각에는 문제가 없어도 비염, 축농증 등으로 후각에 문제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각을 젊게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이나 진통제 복용을 삼가야 한다.
둘째, 미각에 좋은 아연과 비타민B12 등이 함유된 종합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아연이 풍부한 조개류, 소나 돼지나 닭의 간, 무의 잎, 파슬리 등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넷째,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는 맛이 획일화돼 있을 뿐 아니라 아연 흡수를 방해하는 식품 첨가물이 들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카페인, 니코틴, 맵고 짠 음식은 미세포를 파괴하고 맛 감별 능력을 둔화시킬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여섯째, 구강청결제도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치약이나 구강청정제의 알코올 성분은 미뢰 세포에 충격을 줘 미각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일곱째, 금속은 침 성분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므로 보철이나 틀니를 하고 있다면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예미경 교수는 “미각은 개발하기에 달렸다. 미각을 섬세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침은 미각의 전도 역할을 하므로 천천히 충분히 씹어서 맛을 음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