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6세 미만 아이에겐 부적합하다 경고
국내에선 복용량 지키면 큰 문제 없다는 입장
2006년까지 감기약으로 유아 120여명 사망…미국서 연일 톱 뉴스 다뤄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소아청소년과는 어린이 감기 환자로 북새통이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먹여왔던 어린이 감기약이 자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문이 부모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열 나고 기침하는 자녀를 그냥 두고 볼 수도 없고, 약을 먹이자니 괜히 불안하다. 어린이 감기약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감기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미국의 감기약 논란
지난달 19일 미국 FDA 자문위원회는 용량만 달리한 성인용 감기약이 유아에게는 전혀 약효가 없다는 이유로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되는 6세 미만 아동용 감기약의 판매를 금지해 줄 것을 권고했다.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1969~2006년에 충혈제거제로 54명, 항히스타민제로 인해 69명이 사망했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2세 미만 유아였다. 미국과 유럽의 신문, 방송 등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연일 톱 뉴스로 다루고 있으며, 이 같은 여론에 밀려 다국적 제약사들은 아동용 감기약을 자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취재팀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의사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중 미국서 문제가 된 성분이 든 감기약(시럽제)이 우리나라에도 총 119품목이 판매되고 있다. 국내 의사들은 그러나 이번 논란과 관련 “감기약을 오·남용해선 안되지만 FDA 자문위원회 발표는 지나친 감이 있다. 용법과 용량을 지키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식약청은 고민중
미국에서 논란이 일자 국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어린이 감기약 판매금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사로 구성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국내에서 문제가 된 성분의 감기약이 이제 갓 태어난 아이에게까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제약회사는 감기약의 소아 사용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어린이의 안전을 담보로 약물을 판매하는 행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청은 그러나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에서도 감기약의 약효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판매금지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 식약청 의약품관리팀 신준수 사무관은 “논란이 된 감기약 성분의 안전성 등에 대해 검토 중이며 의·약사에게 안전 사용을 위한 안전성서한을 보내는 것과 함께, 국민에게 올바른 감기약 사용을 위한 가이드를 제작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떤 약들인가
이번에 논란이 된 약은 코 감기약으로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와 코 안 충혈제거제로 쓰이는 ‘슈도에페드린’. 코 막힘에 사용되는 충혈제거제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심장 박동수와 박출량이 증가할 수 있어 증상이 심한 경우를 제외하곤 7세 이하 어린이에게 잘 사용하지 않는다. 8~14세 어린이는 30㎎이 하루 복용량이다. 7세 이하 어린이에겐 상대적으로 몸에 적게 흡수되는 스프레이제를 권장하고 있다.
콧물이 나거나 코가 간지러울 때 쓰는 항히스타민제는 어린이는 체중 10㎏당 하루 반 알에서 3분의 2알까지 복용한다. 부작용은 졸림, 점막건조, 불안감, 안압 증가, 갈증, 신경과민, 불면증, 어지러움 등이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나영호 교수는 “감기약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하거나 3~5일 이상 복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용량을 잘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감기 대처법
어린이 감기환자는 안정이 우선이며, 열이 심하거나 통증을 호소하면 1~2일 정도 감기약보다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좋다.
열이 나는 이유는 백혈구의 식균작용을 촉진, 몸에 침입한 병균을 제거하기 쉽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미열은 그냥 두는 편이 낫다. 다만 어린이는 열성 경련의 우려가 있으므로 체온이 38.3도 이상 오르면 열을 낮춰야 한다. 코가 막혀서 불편한 경우엔 코 안에 생리식염수를 몇 방울 떨어뜨려주면 효과가 있다. 다만 코에 뿌리는 약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점막에 이상이 올 수 있으므로 3~5일을 넘기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감기는 보통 3~5일이 지나면 호전된다. 6세 미만 어린이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약 복용을 삼가고 실내 환기와 온도, 습도에 신경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