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안보여 몸 중심 잡기조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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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체험을 위한 특수 고글을 쓰고 달력을 보고 있는 모습. 홍진표 헬스조선 PD jphong@chosun.com

60세이상 노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
주사제로 40%는 시력 개선 효과


노인 체험을 위해 팔, 다리, 허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관절 움직임을 억제시키는 특수 천을 감았다. 순식간에 5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듯 했다. 노년 황반변성(黃班變性)을 체험을 위해 특수 제작된 고글을 쓰니 알록달록 컬러가 사라진 흑백세상이 됐다. 눈이 안보여 갑갑해 숨이 차 올랐다.

첫 번째 과제는 신발신기. 중심시력이 소실돼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신발을 신다가 기우뚱 넘어질 뻔한 걸 옆에서 바로 잡아주었다. 신을 신고 나니 시야가 좁아 한 발짝 내딛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본능적 감각에 의존하다 보니 신경은 곤두서 머리가 무거웠다.

음료수를 마시려고 냉장고를 열고 우유팩을 집어 들었지만 유통기한을 읽을 수 없었다. 소파에 앉는 것도 힘들어 저절로 한 숨소리가 나왔고, 탁자 아래서 신문을 겨우 찾았지만 글씨는 찌그러진 점들에 불과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가 최대의 난관. 팔과 다리는 후들거리고 바닥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깊숙이 숙이다 보니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칫하면 계단을 구를 뻔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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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이상이라면 집안에 '황반변성 자가진단표'를 붙여놓고 한쪽 눈을 가리고 30㎝거리에서 격자무늬의 중심점을 주시하면서 자가검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한안과학회는 11월 11일 ‘눈의 날’ 캠페인 주제를 황반변성으로 정했다. 황반이란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돼 있어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망막의 중심부위. 책을 읽거나 사물을 인식하며, 색을 구별하는 등 보는 기능의 90% 정도를 담당한다.

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생긴 혈관들에 의해 손상돼 시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병이 황반변성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 흡연, 햇빛노출, 유해산소,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서구에선 60세 이상 인구의 약 10%에게 황반변성이 생기며, 약 1%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실명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 실제로 미국에선 황반변성이 60세 이상 실명의 제1 원인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환자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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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초기에는 글자나 직선이 흔들리거나 굽어져 보이고 글자에 공백이 보이거나 그림을 볼 때 어느 한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쪽 눈에 먼저 나타나고 반대쪽 눈이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초기에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병은 진행속도가 빠르고 일단 시력장애가 시작되면 되돌리기가 무척 어렵다. 최선의 방법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이원기 교수는 “황반변성을 예방하기 위해서 금연을 하고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항산화 영양소 비타민A, C, E가 함유된 녹황색 채소나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50세 이상이거나 황반변성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면 레이저 치료, 광역학 요법, 주사제 치료 등이 있다. 그러나 실명 위험이 있는 습성 황반변성 환자 중 레이저 치료가 가능한 환자는 10~15% 정도며, 수술 후 약 50%의 환자는 재치료가 필요하다.

광역학 요법은 2000년 FDA 승인을 받았다. 경희대병원 안과 곽형우 교수는 “레이저치료보다 안전하지만 재발가능성이 높다. 시력 유지는 가능하지만 시력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도입된 주사제는 황반에 숨겨진 신생 혈관까지 모두 제거해주고 시력개선 효과까지 있다. 미국 FDA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주사제 치료를 받은 황반변성 환자의 95%가 더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았고, 40%는 시력이 개선됐다. 국내에는 ‘루센티스(노바티스)’  등 주사제가 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황반변성 자가진단

1. 시야 가운데가 흐릿하다
2. 시야에 흐릿한 점이 보인다
3. 직선이 꾸불꾸불해 보인다
4. 시야중심에 검거나 빈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