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 중독성·부작용 문제 없다”
질병치료엔 안전…공부 잘하게 하는 효과는 입증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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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행동장애 치료약 논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이 공부 잘하게 해주는 약물로 청소년들에게 오·남용되고 있다는 TV 보도가 나간 뒤 병원에는“약을 먹여도 되느냐”는 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ADHD를 가진 아이의 아버지가 방송을 본 뒤 부인에게“왜 아이에게 마약을 먹였느냐”고 따져 가정불화를 빚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ADHD 약이‘중독성 있는 마약’인가 하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공식입장을 내고“이 약의 효과와 안전성은 ADHD 치료에
국한돼 있다. 치료 용량 범위에서는‘흥분유발 (high)’이 없으며, 특히 서방형(徐放形·천천히 녹는 형태) 제제는 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ADHD 치료약의 50년 논쟁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ADHD 치료약의 주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는 1956년에 출시돼 50년 이상 판매되고 있다. 1960년대 초 유럽에서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 1968년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 판매 금지됐다. 하지만 연구가 더 이뤄지면서 1970년대 들어 판매 금지가 풀렸다.

다시 문제가 된 것은 1990년대 미국에서였다. 약 처방이 급증하자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주로 처방된 약물을 다른 청소년이 나눠 먹거나, 부모가 다른 부모에게 전달해 ADHD 증상이 없는 청소년이 복용하다가 문제가 된 경우였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처방된 ADHD 약물의 7%가 오·남용된다. 심지어 약을 정맥주사로 투여하다 쇼크를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생기자 “이 약은 중독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ADHD 치료제 중에는 암페타민(amphetamine) 성분으로 된 것도 있다. 하지만 이 약물은 심장병, 돌연사 등이 보고돼 있고, 중독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았다.

중독성의 종류는 2가지

중독(中毒)의 영어단어는 ‘어딕션(addiction)’과 ‘인톡시케이션(intoxication)’으로 나뉜다. 미국에서 ADHD 치료약이 논란이 된 것은 급성 중독, 즉 인톡시케이션 때문이었으며, 마약의 만성 중독, 즉 어딕션과는 다른 문제였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ADHD 치료제가 논란이 되자 회의를 열고 ‘ADHD는 질병인가’ ‘약은 안전한가’ 등을 논의한 끝에 ADHD 치료약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케줄Ⅱ’로 분류했다. 국내에서도 ‘향정신성의약품 Ⅱ군’으로 분류한다.

“학습능력 향상 여부는 연구 대상 아니다”

ADHD 치료약이 정상 아동들에게 학습 능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을까. 이 약이 개발된 뒤 학습 능력과 관련된 연구는 1960년대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 한 편이 있을 뿐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이 논문은 정상 아이들은 약을 복용한 뒤 울렁거림, 토할 것 같은 느낌 등 부작용이 먼저 나타나 학습능력이 높아질 때까지 복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ADHD 치료약은 만 6세 이상 소아·청소년이 대상이며, 처음 1.5~2개월의 평가기간 동안 복용한 뒤 약효가 있으면 2~3년간 복용을 권한다. 1년쯤 복용한 뒤 1~2개월간 약 먹기를 중단하고, 병세가 호전되는 지를 전문의가 관찰하기도 한다.

2006년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10%, 중고생의 5~6%가 ADHD 문제를 갖고 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0명 중 1명에 그치고 있다. 현재 이 약을 복용 중인 청소년은 6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약의 개발 목적과 무관한 논란 때문에 꼭 치료 받아야 할 소아·청소년들이 치료를 기피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 ctivity disorder)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원인은 다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경 화학적인 것으로 본다. 뇌의 학습, 자기통제, 동기부여 등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부족하면 ADHD 증상이 나타난다. ADHD를 치료하지 않으면 학습장애, 반항,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고, 사회적 부적응 현상이 심해져 삶의 질이 저하된다.

ADHD 증상은 크면서 사라지거나, 훈육 등을 통해 나을 수 있는 행동 특성 또는 버릇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뇌의 기질적·기능적 문제로 인한 질환이므로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진단·치료를 받아야 한다.

/ 글=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 도움말=김붕년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안동현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반건호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