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헬스조선 공동기획-나의 희망이야기③
초미숙아 쌍둥이 엄마 김은미(36)씨
결혼 6년 만에 시험관 수정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그것도 이란성 쌍둥이. 너무 기뻐 ‘소망’ ‘희망’이라고 이름부터 지었다.
그런데 2003년 12월 몸이 붓기 시작했다. 혈압은 200/100㎜Hg가 넘었다. 임신중독증이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를 살리려면 즉시 아이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뱃속 아이의 심장소리가 쿵쿵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희망이 소망이 꼭 살려낼 거야….” 그날 서울로 병원을 옮겼다. 의사는 “최대한 버티다 산모가 위험해지기 직전에 제왕절개를 하자”고 했다. 의료진은 내 간 수치와 태아의 심장박동을 체크하면서 간 수치가 떨어지면 수술을 하자고 했다.
간 수치가 떨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수치가 회복돼 내려오기를 세 번 반복한 끝에 임신 6개월만인 2004년 1월 14일 두 아이를 제왕절개 출산했다.
몸무게가 540g(소망)과 434g(희망)인 ‘엄지공주’였다.
인큐베이터 안에는 자기 몸보다 더 큰 산소호흡기와 산소포화도·맥박·혈압측정기를 단 아이 둘이 웅크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두 아이가 먹는 우유의 양은 2㏄가 채 되지 않았고 몸무게는 계속 줄었다.
힘없는 두 눈은 깜박임조차 버거워 보였다. 아이들 상태에 관해 물어 보았지만 남편과 부모님 모두 쉬쉬했다. 의사도 “엄마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는 말만 했다. 뭔가 불안했다.
“살아도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목숨부터 살려야 했다.
때마침 TV와 신문 등에서 ‘국내 최소 쌍둥이가 출생했다’며 소망이 희망이 이야기를 보도했다. 매스컴을 이용하기로 했다.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면 병원에서도 더 신경 써줄 것이고, 힘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취재나 인터뷰 요청이 오면 가리지 않고 다 나갔다.
아이들에겐 숱하게 많은 고비가 찾아왔고, 면회는 하루 두 시간(오후 1~2시, 7~8시)으로 제한됐다. 면회시간을 기다리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병원 대기실에 앉아 종이학을 접는 일 뿐이었다. 집에 돌아가선 인터넷 카페에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며 그리움을 달랬다.
꿈 같았다. 종이학에 담긴 바람이 현실이 됐다. 출생 약 130일이 되던 2004년 5월 22일 희망이가 3.1㎏, 이틀 뒤 소망이가 3.7㎏로 퇴원했다. 병원에서는 “3~4세가 되기 전까지 안심하면 안 된다. 폐가 약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기청정기, 가습기를 집안 이곳 저곳에 놓고, 산소가 떨어지지 않도록 산소포화도를 계속 확인했다. 감기에 걸리면 ‘큰 일’ 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집안을 청소하고, 옷을 계속 갈아 입히고, 아이를 안기 전 ‘세척제’로 손을 닦았다.
생후 2년이 지나자 의사는 “이제 동네 소아과에 가도 된다”고 했다. 생후 44개월이 된 아이들은 현재 건강하며, 몸무게도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다. “엄마 사랑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천국 같은 행복을 느낀다.
최근에서야 알게 된 얘기지만 아이가 태어나자 의사는 남편에게 “폐와 소장이 미처 자라지 않아 호흡이 어렵고 우유도 잘 먹지 못한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몇 배나 심한 가슴앓이를 꿋꿋하게 감당했던 남편에게 내 최후의 ‘소망과 희망’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주치의 코멘트
국내 의료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은 전체 수요의 50% 밖에 안 된다. 수가가 너무 낮아 적자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병원들이 증설을 꺼리기 때문이다.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도 출생체중 500g미만인 초미숙아의 생존률은 매우 낮다.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각종 합병증이 올 수 있고,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신생아 중환자실의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소망이와 희망이는 선천적으로 미숙한 폐의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 폐계면활성제를 투여하며 75일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위장관도 미성숙해 21일간 정맥을 통해 영양공급을 시켰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반 신생아와 비슷한 몸 상태가 됐을 때 퇴원시켰다.
삼성서울병원 신생아집중치료팀은 이제까지 500g미만의 초미숙아 11명(50%)과 임신기간 22주의 400g 정도의 초미숙아 2명을 살렸다.
/ 정리=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