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지선씨(26)는 여름이면 더위 때문에 잠을 깊게 못 자고 자는 내내 꿈에 시달린다고 토로하지만 다음 날이면 자신의 꿈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화려하고 컬러풀한 꿈 속 배경, 누가 어떤 색깔의 옷을 입고 나왔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생생하다.
꿈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꿈이 몽롱한 흑백화면과 같아 꿈을 기억하려고 해도 가물가물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컬러’ 꿈과 ‘흑백’ 꿈, 무엇이 다를까.
건강한 꿈은 ‘흑백’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수면에는 단계가 있는데 보통사람은 1, 2단계 얕은 수면에서 3, 4 단계 깊은 수면, 꿈꾸는 수면인 렘 수면 단계를 거친다. 1, 2 단계는 깊은 잠을 자기 위한 준비단계이고 3, 4 단계는 깊은 잠을 통해 육체적인 피로를 푸는 단계이다. 렘 수면 단계에서는 의식을 정리하고 기억을 저장하는데 정신적인 피로를 회복시키는 단계다. 이러한 순환이 하룻밤 동안 4 ~ 6차례 반복된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했다면 렘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꾸고 잠이 깬다. 잠이 깬 직후에는 어렴풋하게나마 꿈을 기억하고 꿈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잠에서 깨고 꿈을 억지로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 한 한두 시간 뒤면 꿈을 잊어버리는 것이 보통이다. 꿈을 연구한 프로이트와 융은 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잊어버리지 않고자 기록하기도 했다.
꿈을 컬러로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잠을 잘 때 깊은 수면과 렘 수면 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얕은 수면상태에서 꿈을 꿨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수면 중 자율신경계의 각성이 계속 일어나 꿈을 생생히 기억한다. 또한 밤새 자다 깨다 반복하면서 꿈을 자주 꾼다고 생각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이 자극적인 꿈을 꾸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고 꿈은 컬러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다”며 “이러한 사람의 수면 중 뇌파를 보면 잠에서 자주 깨는 것이 보이고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은 7시간 잤는데도 3~4시간 밖에 자지 못한 것 같다고 수면을 저평가한다. 따라서 하루 종일 피곤함을 느끼고 낮잠 등을 통해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려고 한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꿈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보통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컬러꿈을 꾼다”며 “임상경험에 의하면 어린이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도 컬러 꿈을 꾸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