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생활방식 변화로 3~18세 환자 갈수록 늘어
비만이 가장 큰 원인…남자는 사춘기 때 더 증가
방치 땐 성인 된 후 심장병·당뇨·고지혈증 위험
미국 하버드대의대와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공동 연구팀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국 내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고혈압 환자가 약 150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이 1999~2006년 오하이오주에서 의사 진찰을 받은 3~18세 소아·청소년 1만4187명의 혈압을 측정하고 추적 조사한 결과, 3.6%인 507명이 고혈압으로 판명됐다. 이 중 26%인 131명은 혈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74%는 자신이 고혈압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데이비드 캘러 박사는 “고혈압이면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소아와 청소년은 성인이 돼서 심장병, 발작, 혈관 손상, 신장병 같은 병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미국 소아학회도 고혈압 어린이가 치료를 안 받았으면 혈관이나 심장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징후가 있다고 정식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 사정도 마찬가지다. 2002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0~19세 고혈압 유병률이 남자 2.5%, 여자 0.9%였다. 30대 8.8%, 40대 19.4%, 50대 40.6%와 비교할 순 없지만, 소아·청소년 100명 중 2~3명이 고혈압 환자라면 경각심을 가질 만하다.
소아·청소년의 혈압이 높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체중의 증가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소아·청소년도 뚱뚱할수록 고혈압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밖에 키, 비만도, 체질량지수, 허리둘레도 소아·청소년 고혈압 원인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전국 7~20세 소아·청소년 5만7000명을 대상으로 혈압을 쟀더니 체질량지수(BMI)가 95% 이상인 비만아의 수축기 혈압이 평균보다 5.5~15㎜Hg 높았다.
혈압이 올라가는 원인이 남녀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주장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팀은 서울시내 비만 판정을 받은 초·중·고등학생 1716명을 대상으로 혈압 상승 원인을 추적 관찰했다. 조사결과 체중 이외에 남자는 가족 중 고혈압 환자가 있거나 사춘기 등 성(性) 성숙이 진행될수록 혈압이 증가했다. 반면 여자는 가족력과 성 성숙도와는 상관 없었으며, 체지방 증가만 혈압과 관련이 있었다.
성 교수는 “남녀 모두 체중이 가장 연관이 깊었으며, 그 다음으로 남자는 가족력, 여자는 체지방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며 “어릴 때 혈압이 높으면 결과적으로 고혈압의 지속 기간이 길어져 다른 합병증 위험도 커지므로 소아·청소년기 고혈압 관리는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기 혈압은 성인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우선 소아의 정상 혈압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성장에 따라 혈압이 변한다는 것인데, 키와 체질량 지수가 커질수록 혈압도 상승한다.
또 소아·청소년기 혈압이 또래 평균의 90% 이상이면 성인이 됐을 때 고혈압이 발병할 가능성이 2.5배 정도 커진다. 보건복지부의 2005년 통계에 따르면 10~19세 청소년의 평균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106.3/68.3㎜Hg이므로, 평균의 90%인 95.6/61.4㎜Hg 이상인 아이는 성인이 돼서 또래 친구보다 고혈압 환자가 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 고혈압 징후가 보이면 식습관 교정과 운동을 통해 성인 고혈압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조기 발견하고 잘 관리만 한다면 각종 성인병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