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병원소식
수지접합-고대구로병원 성형외과 미세수술팀
입력 2007/09/11 11:27
현대인은 산업화, 기계화에 따라 수지(손가락) 손상 및 절단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교통사고 및 사업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자동차 문이나 가정에서의 부주의으로 인해 손가락이 잘린 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절단된 손발과 같은 신체 부위를 붙이는 수지접합술과 미세한 부분을 정밀하게 수술하는 미세수술은 외과적 시술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다. 정확한 판단 및 고도의 수술 기술은 물론 무엇보다 정성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만큼 정교한 미세수술
‘미세수술’이란 6~32배의 확대율을 지닌 수술 현미경을 이용하는 수술을 말하며 현미경 수술이라고 한다. 미세 수술은 고도의 의용 공학과 의사의 기술이 합쳐진 종합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수술은 반도체 공정에 맞먹을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구로병원 미세수술팀에는 ‘손놀림의 달인’ 들이 모여 있다. 바깥 지름이 0.5㎜가 채 안 되는 혈관과 신경 등을 육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가느다란 실로 이어 붙이는 수술이 이들의 전공.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수술 부위를 들여다보면서 발로는 현미경 조정 페달을 밟아 원근과 배율을 조정하고, 손으로 초소형 수술도구를 이용해 혈관과 신경을 하나씩 이어 붙인다. 수술팀을 이끄는 성형외과 김우경 교수는 “정상적인 손떨림마저도 최소화하고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떨림은 리듬을 타듯 봉합하는데 이용할 줄 알아야 미세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수술팀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손가락 접합술로 잘린 손가락의 뼈와 힘줄, 혈관 신경 피부 등을 차례로 연결하는 수술이다.
2000여명에 손가락 접합수술 시행
고려대 구로병원 미세수술팀은 1983년 개원과 함께 인근 공단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수지절단환자를 대상으로 높은 접합 성공률을 보여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수용.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미세수술을 시행하는 팀이 되었다.
또 국내 최초로 성형재건특수외과 연구소를 세워 왕성한 연구 및 진료활동을 통해 놀라운 수술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손가락을 붙이는 수지접합의 경우 지금까지 2000여명이 훨씬 넘는 환자가 이 수술팀을 찾았다.
이 수지접합술은 여러 명의 숙련된 의사와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고도의 테크닉은 물론 초인적인 인내와 끈기가 없으면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수술이다. 특히 양손의 여러 손가락이 잘린 경우 24시간이상 수술이 계속될 때도 있다.
수술의사들은 생리적 욕구마저 참아가며 장시간 끈질긴 사투를 해야한다. 이들의 이러한 노력은 관련 의학교과서를 수차례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교과서에는 혈관의 바깥 지름이 0.3~0.5mm의 작은 혈관을 이어줘야 하는 손가락 끝의 재접합술은 수술 성공률이 낮으므로 다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수술팀이 처음 꾸려진 83년 이후 지금까지 300여명의 손가락 끝마디를 이어 80% 이상 성공했다.
“절단된 손가락은 8시간 안에 붙여야 한다”는 ‘골든 아워(Golden Hour)’ 규칙도 새로 바꿨다. 교통사고로 새끼손가락이 잘린 어린이를 54시간이 지난 뒤 수술해 성공했기 때문이다.
진짜 실력이 발휘되는 것은 여러 개의 손가락이 잘렸을 때. 특히 열 손가락 접합술은 최소 4명의 베테랑 의사가 20시간 이상 매달려야 가능한 고난도 수술이다. 수술팀은 열 손가락이 모두 절단되거나 9개가 절단된 환자10명의 손가락 끝을 수술해 성공률 93%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공률은 전 세계의 수술 성공 사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유리피판술 등 첨단 수술법 연구에 박차
손가락 접합술에 이용되는 미세수술법은 최근 얼굴과 발, 팔, 다리 등 다른 부위를 다쳤을 때에도 사용된다. 이중 주목을 받는 것이 ‘유리피판술’ 로 피부조직이나 장기 등을 이식할 때 혈관이나 신경까지 연결해 이식부위를 재건하는 수술법이다.
특히 얼굴이나 신체 중요 부위의 사고나 암 수술 등으로 심한 조직 결손이 생겼을 때 유리피판술은 가장 좋은 재건 방법이 된다.
신경의 결손이나 이상이 있을 때의 재건방법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향후 미세수술을 이용한 신경의 재건수술은 여러 가지 실험 연구를 거쳐 미세수술을 이용한 방법으로 더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또 손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되어 손이 차고 저리며 심한 경우에는 절단까지도 해야되는 레이노드 증후군의 치료에 미세수술을 이용한 수부혈관 교감신경차단술을 시행하여 많은 임상적 발전을 이루고 있다.
미세수술의 달인, 김우경 교수
김우경 교수는 미세수술의 국내 최고 대가로 각종 국제학회에서 단골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국내외 미세수술분야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94년 끊어진 신경을 ‘PGA관’이란 연결장치로 잇는 방법을 개발해 미국학회에서 발표, 호평을 받았으며 2005년 11월에는 세계 제일의 미세수술을 자랑하는 일본 미세수술학회에 특별 초청연자로 초대되어 수지재접합술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강연하기도 했다. 또 최근 가정주부와 사무직 종사자에게 많이 나타나는 손저림증(손목터널증후군)도 김 교수는 단 5분의 시술로 단숨에 해결해버린다. 김 교수가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만 1500명이 넘는다.
/헬스조선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