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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 앞줄 앉은 사람 중 왼쪽이 박성욱, 오른쪽이 박승정 교수다.
우리가 잠자고 있는 시간이든 깨어있는 시간이든 심장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은 심장의 모습 그대로이다.

심장은 엄마의 뱃속에 잉태된 순간부터 무덤에 이를 때까지 휴식이 없다. 온몸에 피를 보내주는 박동의 모습은 매우 역동적이면서도 꾀를 부리지 않는 성실함 그 자체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되는 관상동맥중재실의 움직임은 심장이 박동하는 느낌과 같다.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전하는 심장의 소리와 같다. 그들은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이렇게 2만 명이 넘는 환자를 구했다. 밤과 낮이 따로 없이….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이상 우리 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기 위해 박동을 한다. 심장이 이렇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피 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과 산소이다.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었던 동력원은 상하 좌우로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에 기초한 팀웍이다.
그 중심에 박승정-박성욱교수가 있다.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로 구성된 30명의 팀원을 조화 있게 이끌고 있는 지휘자들이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우리나라 40대 이상 중년 남성들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 이 불청객은 불현듯 찾아와 가차없이 목숨을 앗아가곤 한다. 심장은 전신에 피를 보내고 거둬들이면서 그 중 일부를 자신이 갖는다. 심장이 쉼 없이 박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피 속에 들어 있는 영양과 산소를 동력원으로 얻기 위한 것이다.

공급로는 관상동맥이다. 생긴 모양이 임금님의 관처럼 생겼다 해서 그렇게 불린다. 문제는 오랜 흡연과 고지혈증, 당뇨, 심지어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요소들이 이 공급로인 관상동맥을 좁게 한다. 마치 오래된 수도관이 녹이 슬어 물이 통과하는 양이 적어지는 것과 같다. 좁아지는 수도관은 어느 순간 막힐 수도 있다. 심장의 혈관 즉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은 더 이상 박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구할 수 없어 결국 멎게 된다. 목숨을 잃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5분 대기조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은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혀주고 막힌 심장 혈관을 뚫어주는 생명 수호의 최전방에 있는 전사(戰士)들이다. 새벽 6시부터 이들이 심장 박동 소리와 같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그 움직임이 위기에 빠진 심장을 구하고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박승정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 관상동맥 중재학의 역사를 발전시켜 온 주역들이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심장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상황을 열어주는 협심증-심근경색증의 최신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환자를 전신 마취시킨 상태에서 가슴을 열고 문제가 된 심장의 혈관을 잘라내고 이어 붙이는 ‘대공사’를 시행했어야 했다. 환자는 물론 치료하는 의사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뒤따랐다.

그러나 관상동맥 중재시술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환자의 치료 부담은 엄청나게 가벼워 졌다. 우리 몸의 모든 혈관은 심장을 중심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부분 마취로 허벅지나 손목 근처를 지나가는 혈관을 열어 관을 집어 넣고 그 혈관을 따라 심장의 혈관에 도달해 문제가 된 혈관을 넓혀 줌으로써 치료를 끝내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특수한 풍선을 관상동맥에 삽입해 좁아진 혈관 부위를 넓혔는데, 이후 특수 그물망을 넣고 더 나아가 최근에는 그물망에 특수한 약물을 코팅해 재발률을 현격하게 낮추는 첨단의 치료 발전까지 이룩해 왔다.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언제 어떤 상태에서도 치료가 가능하게 준비가 돼 있는 상태. 서울아산병원 팀의 24시간 대기상태는 완벽하다.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등 모든 팀원들이 병원 근처 5분 거리에 살고 있다. 당번이 된 사람은 ‘위수(衛戍) 지역’ 5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가 각종 검사를 마치고 30분 이내에 시술에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의 팀원 40명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989년 서울아산병원이 개원한 이래 이렇게 목숨을 건진 환자가 2만 명이 넘는다.

끝없는 창조정신을 가진 개척자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는 시술을 성공해 치료 성공률을 크게 높인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약물을 코팅한 스텐트를 국내 처음으로 사용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20%대에 머물던 협심증 재발률을 4%로 낮추는 획기적 첨단 치료법에 성공했다.

이러한 연구와 개발로 인해 박승정 교수팀은 우리나라 의학자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고의 의학 전문 저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논문이 실렸다. 또 2005년 6월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관상동맥중재시술학회인 EuroPCR학회가 전세계 1만 명의 심장 의학자 가운데 1명을 선정해 수상하는 에치카 어워드(Ethica Award)를 수상했다.

박승정 교수팀에 얽힌 일화 한 토막. 협심증과 심근 경색증 분야의 세계적 대가로 통하는 미국 하버드의대 스테판 오스텔리 교수는 박승정 교수가 1997년 미국 심장학회에 참석해 “세가닥 관상동맥 중 왼쪽 주간부(left main)가 좁아진 환자도 금속 그물망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그것은 흉부외과 의사의 영역. 정신 나간 일”이라고 코멘트 했다.

오스텔리 교수는 그러나 2003년 박승정 교수를 하버드대로 초청해 주간부 시술에 관한 특강을 요청해 한국의 심장내과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하버드 의대에서 특강을 하는 기록도 남겼다.

박승정교수는 이미 세계 심장학 분야의 특급 인사가 되었다. 서울아산병원의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은 세계 최고의 팀이 되었다. 1996년부터 매년 ‘엔지오플래서티 서미트(Angioplasty Summit)’란 이름의 국제혈관확장술 심포지움을 열고 있으며, 심포지움 기간 서울아산병원 3층에서 시연(試演)되는 그의 중재술 장면은 위성중계를 통해 전 세계 의사들에게 전달된다. 이 시술을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심장 의학자만도 1천여 명에 이른다.

박승정 교수에 이어 박성욱 교수 김재중 송재관 홍명기 이철환 한기훈 김영학 교수와 간호사, 방사선사 등 서울아산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 치료팀의 팀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고 이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세계 관상동맥 치료와 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며, 매년 4월에 개최되는 엔지오플라스티 서미트라는 국제 학술회의를 통해 최신 치료법을 전세계 심장학자들에게 가르쳐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