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의사 말 몰래 녹음하는 환자들
입력 2007/06/26 17:26
“의사와 환자 사이, 불신의 벽 높아”
휴대전화·MP3로 몰래 진료 녹음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김모(51·종양내과) 교수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암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 일정과 부작용, 완치 가능성 등을 무척 꼼꼼하게 물었다. 궁금한 게 많은 환자라고 생각하고,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런데 다음 날 만난 환자와 보호자는 “당신 말을 모두 녹음해놨으니 발뺌할 생각 말라”고 말했다. 녹음까지 할 줄은 짐작도 못했다는 김 교수는 “의사와 환자 사이 불신의 벽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심지어 진료 모습을 소형 캠코더로 ‘몰래 카메라’에 담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은 물론 개원 병·의원에서도 이런 사례는 흔하다. 버튼 하나로 손쉽게 녹음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이런 현상이 늘었다. 환자 상태가 나빠졌을 때나, 나중에 있을 지도 모르는 의료소송에 대비해 증거를 남기기 위해 녹음한다는 것이 환자들의 입장이다.
환자가 의사 말을 몰래 녹음해도 불법은 아니다. 통신비밀 보호법 상 제3자의 녹음이 아닌 당사자 간 녹음은 합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의료 소송 전문 신현호 변호사는 “법원에서 환자가 제출한 녹음자료를 정황 증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녹음해 법원에 제출하므로 판결에 직접 증거로는 거의 채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의사 만날 땐 이렇게…
1.건강문제, 걱정거리, 증세에 대한 정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픈지를 상세하게 기록해서 의사에게 최대한 알린다.
2.가족 병력, 과거 병력을 의사에게 설명=병의 원인을 찾는 결정적 단서며 확진(確診)을 위한 기본이다.
3.현재 먹는 약 처방전 복사본 챙기기=건강식품, 비타민까지 모두 설명해라. 약화(藥禍) 사고를 막는 지름길이다.
4. 다른 병원 검사기록 가져가기=이전 병원의 진료 의뢰서와 CT, MRI 결과 꼼꼼히 챙기자.
5.예약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하기=피검사가 있다면 10시간 공복을 지키고, 진료 지연을 막아야 한다.
6.의사 말에 단답형보다 구체적 답변하기=“많이 아프다”대신“아픈지 사흘 됐다”“목이 붓는다”등 구체적인 답변이 도움된다.
7.재진 갈 때 몸 상태, 약 복용 여부, 불편한 점 말하기=초진 후 호전·악화 여부 메모는 필수. 의사 지시사항 어긴 점도 숨기지 말고 털어놓자.
8.의사가 “완치됐다” 할 때까지 병원 가기=상태가 호전되고 통증 없다고 환자 자신이 완치 판정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 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