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한번씩 겪게 되는 생리.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귀중한 신호이기 때문에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귀찮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게 된다. 그 이유는 생리에 동반되는 신체적인 증상들 때문인데, 아랫배의 생리통이나 가슴 통증, 식욕 부진, 편두통, 얼굴 뾰루지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 외에 말 못하는 고통도 따른다. 생리대로 인해 외음부나 엉덩이, 사타구니 피부에 발진이 돋거나 짓무름 등의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통 여성의 초경은 13세를 전후로 시작되어, 50세를 전후로 폐경을 맞게 되므로 35년~40년은 꼼짝 없이 한 달에 5일~ 7일간 생리대를 착용해야만 한다. 여성 1명이 평생 1만 500개 이상의 생리대를 사용한다는 통계에서 엿볼 수 있듯 여성에게 생리대는 제2의 피부인 셈이다.
◇피부 짓무름, 가려움, 발진까지
지난 ‘02년 한국여성민우회가 실시한 생리대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회용 생리대를 쓰는 응답자 중 59.9%가 가려움증과 따가움 같은 피부질환을 겪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생리기간 동안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고, 생리 기간이 아니라도 위생을 위해 생리대와 같은 형태의 팬티라이너를 매일 착용하기도 해 자극을 주는 일이 많았던 것.
생리대가 피부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은 생리 혈을 빨아들이는 화학 흡수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이 물질이 생리 혈과 결합했을 때 가려움, 짓무름, 발진 등 피부트러블과 냄새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민감한 피부에 접촉하는 화학섬유 역시 피부트러블을 악화시킨다고 한다. 더욱이 생리 양이 많은 날 필수적인 날개 달린 생리대는 팬티라인에 부착시켜 사용하게 되므로 움직일 때마다 사타구니를 긁혀 따가움을 느끼는 일도 흔하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생리기간 동안 생리 혈이 새어나갈 것을 염려해 몸에 꼭 맞는 팬티를 입거나 비닐로 덧대어진 위생팬티를 입고 스타킹이나 몸에 끼는 옷으로 마무리하는 철벽 수비를 하기 때문에 피부와 생리대의 마찰이 심하고 통풍이 잘 안되어 피부 질환을 더욱 야기 시킨다.
특히 여름이나 장마철에는 온도가 높고 습기가 많아 각종 피부질환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는데, 여성의 생식기는 외부로 오픈 되어 있는 곳이 아니어서 곰팡이 균이나 접촉성 피부염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에 외음부에 가려움이나 붉은 반점들이 나타나는 자극성 접촉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면 생리대 도움, 피부 건조하게 유지해야
생리대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예방하려면 생리대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그러나 생리대를 착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1회용 생리대 보다는 조금 불편할지라도 통풍이 잘되고 피부 자극이 적은 면 생리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예쁜 모양에 편리성까지 갖춘 대안 생리대가 속속 출시 되고 있다. 속옷은 꼭 끼는 나일론 소재의 레이스 속옷 보다는 투박한 순면 팬티가 좋고, 겉옷도 꼭 끼는 청바지 보다는 넉넉한 치마가 통풍에 도움이 된다.
또한 청결 상태도 중요하다. 되도록 자극적인 비누 대신 물로만 깨끗이 씻은 다음에는 수건으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 건조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단, 외음부를 세정할 때, 비누나 질 세정제 등으로 너무 심하게 씻다 보면 오히려 질 내 정상 보호균 층을 파괴해 질염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생리대를 교체할 때마다 베이비 파우더를 생리대와 맞닿는 부위에 적당히 발라 피부를 뽀송뽀송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려움증은 박하 목욕이나 뒷물로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 박하의 멘톨 성분이 가려움증과 염증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하 티백을 욕조에 넣어 우려내거나 박하가루를 욕조 물에 풀어서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생리 후에도 피부가 너무 심하게 가렵거나 피부가 헐게 되는 증상 등이 계속된다면, 창피하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가까운 피부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잘 보이지 않는 부위라고 마구 긁으면 당장은 시원하지만 나중에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고, 가정에 비치해둔 피부질환 연고를 함부로 쓰다가는 또 다른 피부염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