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 스탠포드대학 소아정신과 빅터 카리온(Victor Carrion)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는 기억처리와 정동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Pediatrics (2007; 119: 509-516)에 발표했다.
이번 지견은 PTSD가 비교적 치료가 어렵고 만성화되기 쉬운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증상 심할수록 더 축소
카리온 교수에 의하면, PTSD 성인이나 동물모델에서는 해마가 축소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똑같은 현상이 PTSD 아동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제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에서는 학대나 심한 심리적외상을 입은 환자의 과거병력과 PTSD 증상을 가진 7∼13세 어린이 15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자 전체에 심리학적 평가와 동시에 PTSD의 임상적 평가, 그리고 해마 크기를 알아보았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와는 달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혈청 농도를 측정했다.
코르티졸은 동물모델에서 신경독성을 보여주는 호르몬으로 수면 시에 측정하면 심리적 스트레스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모든 임상평가를 시험시작 전에는 물론 12∼18개월 후 추적관찰하는 동안에도 시행했다. 과거나 현재 투약하는 어린이는 1명도 없었다.
교수는 “PTSD 증상이 심하고 시험시작 당시 코르티졸 수치가 높았던 아동이 해마 축소율이 큰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스트레스는 뇌발달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코르티졸을 과잉 분비시켜 해마를 축소시키고 기억장애나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한 어린이면 도달 할 수 있는 사회적·지적·정동적 수준에 이르기 어렵다.
교수는 PTSD아동은 성인이 된 후에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병발하는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PTSD 증상에는 악몽, 플래시백(사고장면의 순간적 재현), 침입적 사고, 회피, 정동마비 등이 있다. 지나친 각성과 이로인한 안정시 심박수 상승 등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적 반응도 발생한다.
이번 지견은 PTSD환아를 치료하는 방법도 제시해 준다고 말하는 카리온 교수는 “PTSD로 인해 해마가 손상된 어린이에는 상황에 맞는 정신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소아정신과 의사가 자주 이용하는 치료법 중에 외상적 경험을 환아에게 말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마가 작아진 어린이에는 적용이 어려워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는 “환아를 괴롭히는 증상에 초점을 맞추도록 정신요법을 개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는 또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나 기타 유사 약제가 코르티졸 수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르티졸 억제제에 관한 예비적인 연구가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지만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약제는 필요없으며 사용하더라도 보조적으로 해야 한다.”
카리온 교수는 현재 어린이의 PTSD를 좀더 이해하기 위해 인지적·정동적 과제 수행 정도를 PTSD어린이와 대조군으로 나누어 기능적 MRI 신경영상을 이용해 검토 중이다.
이 연구는 미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았다.
/메디칼트리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