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서관 3층 수술실. 외과의사 이승규 교수(58)가 50대 간암 환자의 아들에게서 간 일부를 떼내 이 환자에게 이식수술을 하고 있었다. 간을 분리하는 장면과 혈관을 묶고 꿰매는 동안 수술장에는 이를 지켜보는 두 이방인이 있었다. 이탈리아 모데나대학병원 이식센터의 미카엘 마제티 교수와 전문의 안토니오 로마노씨. 두 사람은 간 이식의 대가(大家)인 이 교수에게 ‘한 수 배우러’ 5주 동안 연수를 왔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난 3, 4일에는 살아있는 두 사람의 간을 일부씩 떼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2:1생체이식’까지 봤습니다. 보기 전까진 믿기 힘들었는데…. 정말 세계 최고입니다.” 두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의료 수준이 아직 세계 최고는 아니다. 대한의학회는 우리의 의료 수준(2004년기준)을 미국의 76%, 일본의 85%, 유럽의 87% 수준으로 평가했다. 여전히 미국·일본·유럽으로 유학이나 연수를 떠나는 의대 교수들과 의사들도 많다.

그러나 일부 의료 분야는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인정 받고 있다. 이런 분야에 한국의 의술(醫術)을 배우려고 외국인 의사들이 몰려오는 것이다. 2000년 세계 최초로 2:1 생체이식에 성공한 간 이식 분야가 대표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의 간이식 성공률은 95%나 된다. 미국과 일본의 평균 성공률 80%보다 훨씬 앞선다. 그동안 이 교수를 찾은 외국인 의사는 130여명. 대부분 미국·일본·유럽 등 의학 선진국 출신들이다.

미용성형 분야는 아시아권에선 한국이 ‘종주국’이나 다름없다. 외국 성형외과 의사들이 단체로 한국의 성형외과 병원을 순례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동양성형외과 수술실에는 방송용 촬영설비가 갖춰져 있고, 지하 1~2층에는 270석 규모의 소극장이 있다. 수술장면이 소극장에 설치된 화면에 그대로 중계방송되는 구조다. 홍성범 원장은 “소규모로 연수 오는 외국인 의사들을 위해 갖춰놓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수술장면을 견학하거나 교육을 받은 5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심장수술이나 관절 수술 등 외과 쪽에서도 우리나라는 강세다.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으로 연수를 오겠다는 외국 의사들이 크게 늘자, 체계적인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병원도 10여곳이나 된다. 서울대병원에서 2003년부터 지금까지 6개월 이상 장기 연수를 받은 외국 의사는 30명이 넘는다. 중국과 이라크 의사들이 가장 많았고, 파키스탄·멕시코·인도 의사도 있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혈관센터에는 매년 몽골국립의대와 우즈베키스탄 국립소아의과대학 의사들이 심장수술을 배우러 오고 있다.

모발이식 분야에서는 경북대병원이 해외에 알려져 있다. 이 병원 모발이식센터의 김정철 교수는 머리카락을 1~3개씩 두피에 직접 심는 이식 방법을 개발해 32개국에 보급했다. 아르헨티나·이스라엘·그리스·이탈리아 등 33명의 외국인 의사들이 경북대 병원에서 연수받았다.

보건산업진흥원 오주연 연구원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 의사들의 연수를 받아들이는 것도 우리 의료 수준을 해외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 조중식 기자 jscho@chosun.com
/ 이지혜 기자 wis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