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다이나민·엔돌핀 억제 Arc단백질 장기기억구조 해명
입력 2007/03/07 14:45
존스홉킨스대학(볼티모어) 신경과 폴 월리(Paul F. Worley)교수팀은 특정 단백질이 장기기억에 도움을 주며 뇌가 1∼2시간 사물을 기억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구조를 밝혀냈다. 이러한 지견은 2건의 논문으로서 Neuron(2006; 52: 445-459,475-484)에 발표됐다.
‘공연’ 단백질 탐구
Arc라고 하는 이 단백질은 조류를 이용한 울음소리 학습에서 기니피그 등 설치목(目)을 이용한 3차원 공간 인식까지 다양한 기억관련 행동에 관여한다. 월리 교수는 이는 사람의 경우 약물중독 등의 장기 기억에 근거하는 몇 가지 행동의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월리교수는 “Arc는 뇌세포가 학습한 후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장기간 기억해 두는 구조를 조절한다. 예를 들면 금연한 사람의 경우 집이나 직장 등에서는 흡연을 자제할 수 있지만 술을 마시는 순간 옛날 기억이 떠올라 흡연 욕구가 되살아난다. 이런 형태로 관련되는 현상이 뇌속에 맴도는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월리 교수는 몇 년전 실험용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쥐가 활동하는 동안에 뇌가 다량의 Arc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는 등의 단순한 활동을 통해 개개의 세포가 자극을 받으면 세포는 순식간에 많은 Arc 단백질을 생산한다.
하지만 활발한 세포가 다량의 Arc를 생산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이런 세포에서 Arc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은 Arc가 무엇을 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어떤 단백질이 Arc와 ‘공연(共演)’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월리 교수는 Arc를 미끼로 하여 통상적으로 뇌속에 나타나는 단백질로 가득찬 연못에서 세포 안팎의 물질수송에 관련하는 기존 2개의 단백질을 낚아 올린 것이다.
월리교수는 “세포 안팎 사이의 물질이동은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Arc가 이러한 수송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물질수송과 기억형성을 이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뇌가 기억을 유지하는 구조를 한단계 깊이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리 교수에 의하면 기억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접속하여 ‘대화’할 때 형성된다. 그리고 이 접속이 강할수록 기억도 강해진다고 했다.
옆 친구의 귀에 전달할 말을 알려주는 어린이들의 말전하기 게임에서 일렬로 늘어선 어린이들처럼 신경세포는 인근 신경세포끼리 연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물질을 방출하여 세포끼리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대화’한다.
신경세포가 뇌속에서 서로 접속하면 한쪽 세포가 각각의 틈새에 화학물질을 방출하는데, 이 화학물질은 상대편 세포의 표면에 있는 단백질 수용체에 의해 잡혀 먹힌다. 화학물질을 잡아먹은 세포는 그 수용체와 화학물질의 복합체를 먹고(swallow up) 수용체를 세포표면에서 이동시킨다. 수용체가 많을수록 세포간 접속은 강해진다. 수용체가 먹히면 새로운 수용체가 그 자리로 대체된다.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어
Arc를 통해 낚인 다이나민(dynamin)과 엔돌핀 등 2개 단백질은 이 먹이활동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이전부터 밝혀져 있었다. 즉 Arc는 이 2개의 단백질을 조절함으로써 세포가 수용체를 표면에서 삼켜버리는 빈도를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월리 교수가 Arc를 변화시켜 이 2개의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한 결과, 세포는 수용체를 삼킬 수 없게 되어 정상보다 많은 수용체가 표면으로 나타나게 됐다. Arc 수를 늘리자 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세포가 지나치게 수용체를 삼켜 표면에는 소수의 수용체 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
월리 교수에 의하면 세포는 흥분이 지나쳐 죽는 경우도 있어 흥분이 조절 범위에서 벗어나면 장기기억이 손상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세포에 대한 Arc의 조절은 우리가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에 어떠한 의미를 제공하는 것일까.
월리 교수는 “잘 알려진 것처럼 Arc가 부족한 동물은 단순히 ‘현재, 여기서’ 살고 있는 존재에 불과하다. 단시간이면 자세히 학습할 수 있지만 다음 날에는 모든 것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만 마시면 생각나는 담배처럼 잊기 쉬운 장기기억의 경우 이러한 기억 형성의 구조를 잘 이해하면 완전한 망각을 치료하는 길이 열릴 희망도 있다.
/ 서울/메디칼트리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