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든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늙어도 잠에 대한 욕구는 변함없다. 다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수면주기가 앞당겨지고, 소리에 예민해지고, 기도 근육이 약해지고, 우울해지고, 몸에 통증 등이 생기면서 수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노인들은 젊은 층에 비해 좀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잠들기가 어렵고, 잠자는 중간중간 자주 깬다. 이를 노인 불면증이라고 한다.
60세 이상의 노인 4명 중 1명은 울혈성 심장부전이나 신경계 질환, 혹은 기도근육이 약해서 수면 중 호흡장애를 겪게 된다. 또 불면증이 있는 15% 이상의 노인들에게선 수면 중 대개 약 30초 간격으로 발이나 다리가 1~2초 짧게 움직이는 사지 움직임증이 나타난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없지만 이외에도 우울과 불안, 약물복용, 노인 시설 입소 등의 환경변화가 불면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립보건원(NIH)산하 국립노화연구원(National Institute on Aging)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불면의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은 47%나 된다. 그 중 42%가 잠에 빠지고 깊은 잠을 자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전체 노인의 3분의 1이 심한 노인불면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노인병학회에 따르면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수면장애의 빈도는 60대에 53.6%, 70대에 50%, 80대에 46.4%다.
노화현상 중 하나인 노인 불면증은 불치병이 아니다. 그렇다면 노인불면증 극복방안은 뭘까.
첫째, 생활의 활력이 될 만한 일거리를 찾고 몰입한다. 퇴사 후 적은 활동량은 노인들을 잠자기 어렵게 만든다. 노인회관을 방문하거나 간단한 취미활동이나 부업을 하는 것이 활동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활동은 오히려 몸을 흥분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저녁에는 일상적인 활동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가족들에게 자신의 수면장애에 대해 알리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 각성(覺醒)상태가 잘 나타나는 노인들은 잠들 무렵 나는 작은 소리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깊은 잠에 들어가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가족들에게 본인의 증상을 알리고 잠을 잘 때 조용히 해줄 것을 부탁한다. 귀마개나 방음창 등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이성친구를 만든다. 친구와 배우자의 사별로 인한 노인들의 우울증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홀로 사는 이들은 복지관이나 결혼정보업체 등에서 진행하는 실버미팅 등을 이용, 이성의 벗과 만남의 기회를 통해 여생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낼 것을 권한다.
넷째,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햇빛을 쬔다. 햇빛을 쬐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는데 이는 수면주기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도록 돕는다. 잠을 자기로 정해놓은 시간 이외에는 오랫동안 누워 있지 않고 낮잠을 안 자는 것도 수면주기 회복의 한 방법이다.
다섯째,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잠을 쫓는 성분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여러 신체질환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보통 3~4종류의 약을 먹게 되는데 이러한 약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또 고혈압이나 심혈관계 질환 시 복용하는 약물 등도 수면을 유지하는 호르몬의 발생을 억제시킬 수 있다. 불면증 환자는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이 먹는 약물을 알려주고 피할 수 있는 약물은 피하고 교체할 수 있는 약물은 교체하는 것이 좋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도움말=연대 세브란스 병원 정신과 차경렬 교수, 강원대 의대 정신과 이정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