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델하우스처럼 깔끔한 개그맨 노홍철의 집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산만하고 정신없는 노씨의 방송스타일과 달리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깔끔함도 놀라왔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경탄을 금치 못했던 부분은 그의 정리벽이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료수 병이며, 화장실의 미용도구들이 2열 종대로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었고, 옷장 속에 나뒹굴기 쉬운 벨트들은 하나씩 돌돌 말려서 고무줄로 묶여져 있었다.
바닥에 뭔가가 하나 떨어져 있으면 닦기 바쁘고, TV에 지문이 묻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거의 결벽증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결벽증은 일종의 강박장애로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강박장애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이 계속 반복되는 증상을 말한다.
뇌의 한 회로에 문제가 생겨 마치 레코드 판이 튀는 것처럼 한 가지 생각이 빠져 나오지 못하고 빙빙 도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증은 정신분열증, 알콜 중독증 등과 마찬가지로 유전성이 높은 편이다.
미국에선 신체·정신적 질병을 통틀어 사회 부담을 주는 순서로 따지면 10위 정도를 차지하며 정신과 질병 중에서는 4번째 정도로 흔해서 공중화장실의 문 손잡이를 15초 간격으로 소독하는 살균제품,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손잡이도 아이디어 상품으로 등장할 정도다.
강박장애는 크게 4가지 타입이 있다.
첫째, 깨끗함이나 위생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결벽증과 같은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비누를 한번만 쓰고 버린다던지(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오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손에 주부습진이 생길 정도로 자주 씻어야 한다.
둘째, 뭔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 있다. 문이나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며 심지어는 외출한 후에도 되돌아올 정도다.
셋째, 물건이 있을 곳에 있어야 하는 경우다. 집안에 있는 물건들 하나하나가 제 자리에 반드시 줄지어 있어야 하는 등 정돈된 상태를 추구한다.
넷째, 뭘 버리지 못하는 타입도 일종의 강박장애다. 버릴 경우 문제가 생길까봐 불안해서 못버리다 보면 집안이 쓰레기장같이 변하기도 한다.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과 전덕인 교수는 “결벽증이나 정리벽 같은 경우 사회적으로 필요한 행동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면 병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로 인해 사회생활이 힘들거나, 효율이 떨어지거나,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외출하기가 힘들 정도라면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약물치료는 항강박약물(항우울제)을 투여한다. 하지만 우울증 치료 약보다 2~3배 고용량을 써야 하고 효과가 발현되는 기간도 우울증 치료보다 훨씬 더 길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보다 치료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행동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쓰레기통 같은 더러운 물건을 만지게 한 뒤 손을 씻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행동치료는 전문가가 강제로 시켜야 하고, 격려도 필요한 만큼 병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회피하는 성격이거나 본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성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영동세브란스 정신과 김찬형 교수는 “용수철도 자꾸 늘리면 복원이 안돼듯이 강박장애가 5년 이상 만성화될 경우는 약물·행동 치료가 어렵다”며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들은 뇌의 신경 조절에 이상이 생긴 부분에 미세한 침을 심는 뇌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