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영상을 오가는 기온의 변화로 잦은 기침을 호소하는 감기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목소리가 쉰 사람들을 많이 볼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감기 뿐 아니라 다른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목소리의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꾀꼬리 소리에 비유되며 아름다움의 상징이 돼 왔던 여린 여성들의 목소리가 점차 저음화되고 있다는 것.

'고음 불가’의 시대가 오려는가, 여성성을 상징하는 목소리가 점차 저음화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얼마 전 서울의 한 음성 전문치료기관인 이비인후과에서 일반인 20~40대 여성 62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음성의 높이가 평균 192.2㎐로 나타났는데 이는 12년 전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보고된 한국 여성의 평균 음성 높이(220㎐)보다 28㎐나 낮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조사는 극히 제한적 범위에서 이뤄진 바, 사회 전체의 현상으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저음화되는 것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에서 결정되며 일반적으로 남자는 그 주파수가 낮고 여자는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강남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선동일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목소리는 성대 떨림의 주파수에 따라서 목소리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는 변성기를 거치면서 어릴 때의 목소리와는 점차 다르게 바뀌게 된다. 

이는 성장과정에서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의 목소리 변화에 해당하지만, 사회, 환경, 개인의 변화에 따라 목소리가 저음화할 수 있다는 것.

◇사회 복합적 요소로 인한 ’저음화’?

조사를 실시했던 프라나이빈후과(대한이비인후과학회) 안철민 원장은 이같은 여성 저음화 현상의 원인으로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이에 따른 사회, 문화적 지위, 환경 변화를 꼽고 있다. 

안 원장은 “여성의 체격 증대와 함께 더 길고 두꺼워진 성대가 저음을 유도하고 있다”며 “성대의 크기와 목소리의 높이는 비례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또한 대기오염·소음 등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대기 오염으로 알레르기가 생기면 코로 숨쉬기가 어려워져지는데 이에 따라 입을 통해 목으로 들어온 오염 물질이 성대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소음이 발생하면서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 위한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것도 성대를 붓게 하는 한 요인이 될수 있다는 것. 

실제로 이비인후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6% 정도가 음성장애질환을 앓고 있고 그 중 가장 흔한 질환이 성대결절이다. 이는 대기 오염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안 원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서도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교사, 전화 상담원, 판매직 등의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 성대에 무리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과도히 저음화하거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성대결절로 인한 걸걸함, 자주 목이 쉬게 되는 현상 등의 2차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선동일 교수 또한 “성대 부종, 성대 폴립, 성대 결절 등 성대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들에게서 목소리가 저음화해 나타날 수 있다”며 “성대에 결절이 생기거나 부으면 성대 점막의 진동이 어려워져 둔탁하고 바람 새는 소리로 인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 교수는 “ 이같은 성대 폴립과 같은 질환은 악을 지르고, 노래방에서 무리한 소리를 지르는 등 한 번이라도 성대 점막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역류성 식도 질환은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이 약해져 위 내용물이 식도로 넘어가면서 성대를 자극, 이로써도 목소리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음화 현상’

일반화시키기엔 무리 개인적 차이 커 한편, 이같은 현상이 여성의 목소리가 모두 저음화하고 있다고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으며 더욱이 목소리 변화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저음화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차에 따라 해당사항이 있기 마련이며 이는 목소리의 변화로 자신의 성대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신호로 작용될 수 있다. 

이에 안 원장은 “목소리가 쉬거나 거칠고, 떨리는 등 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자연발생적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놔두는 경향이 많다“며 목소리에 변화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즉, 목소리 이상은 대부분 성대구증(성대에 홈이 파인 것)이나 연축성 발성장애, 성대점막 손상, 재생불량성빈혈, 부신성기증후군 등 질환 때문에 발생하게 되므로 이상이 있다면 검진이 필요하다는 것. 

◇목소리도 가꿔야 아름답다

목소리는 자신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임을 인식,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며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의 여성은 말을 할 때 힘을 빼고, 헛기침을 자제하며, 의식적으로 너무 낮은 음성으로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평소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환경을 피하고, 성대가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것도 중요하다. 

역류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금연하고 기름진 음식, 콜라.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은 가급적 덜 섭취하되, 물은 충분히 마신다.

숨이 가쁜 상태에서 말하거나, 화를 내면서 목소리를 높이면 성대 근육을 과도하게 긴장시키거나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평소 말하는 습관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