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종국씨(32세.가명)는 병원에 들어갈 때면 휴대폰 전원을 꺼 놓는다. 과거 휴대폰의 작동에 의해 심장박동기(심장의 심박수를 인공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건에 대해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이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의료장비들이 전자파로부터 안전해졌기 때문이다. 병원 내부에 보면 가끔 ‘휴대폰 사용 금지’라고 쓰여진 글귀나 금지를 뜻하는 마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신 기술에 따라 휴대폰 사용이 의료기기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 의약품 및 건강관리 제품 규제청(The Medicines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에서는 휴대폰 제한이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내 휴대폰 사용 제한을 완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더 이전에는 미국 예일대학 의과대학연구팀은 미국마취학회 2003년 총회에 참석했던 의사 4018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금지가 오히려 휴대폰 휴대 금지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조사결과를 얻었다. 휴대폰을 이용해 보다 빠른 의료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결과는 휴대폰의 기술개발과 의료장비의 기술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더 이상 휴대전화가 의료기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현실에서 발생된 결과다. 실제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서는 1995년 이후로 휴대폰으로 인한 오작동 사례가 크게 줄었으며, 오늘날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병원 의공학팀 이성대 팀장에 따르면 일단 휴대폰의 전자장비는 의료기기들에 별 이상을 끼치지 못한다. 휴대폰의 출력 자체가 약해졌기 때문. 또 문제가 일어났다고 해도 동일한 상황에서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점을 입증하기 어렵다. 휴대폰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출력이 높은 무전기. 그러나 오늘날 병원에서 무전기를 사용하는 예는 드물다.
구형 장비들은 전자파에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장비들은 전자파에 대비해서 차폐장비가 다 되어 있다. CRT를 사용하는 중환자실에는 휴대폰을 끄지만 그마저도 실제로 테스트 해 본 결과 거의 이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연세대 의용공학과 김덕원 교수 역시 같은 입장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휴대폰 사용금지가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복도, 대기실에서의 사용이 문제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과거 휴대폰은 아나로그 셀룰러폰을 사용했으나 그마저도 출력이 약한 CDMA로 바뀌었다. PCS방식은 CDMA보다 더 출력이 약하다. 심장박동기 같은 장비도 과거에는 전자파 영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갖췄기에 문제는 안된다.
다만 오래된 심장박동기를 사용한다면 휴대폰과 30~50㎝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만일 문제를 일으킨다면 모니터와 같은 전자파 발생장치가 더 위험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현재 모니터는 병원내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장비 중 하나다. 정작 휴대폰 사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화 예절’이다. 특히 예민한 환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는 더욱 안전한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정청 허찬회 연구사는 전자파에 취약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FDA기준에 따라 심장박동기, 무호흡측정기, 환자감시장치, 전동식휠체어, 보육기 등을 꼽고 있다.
또 의료기기전자파내성 규제를 도입, 전자파로 인한 의료기기의 오작동을 예방하는 등 안정성 강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보다 안전한 의료기기 관리를 위해 차후에는 전자파적합성(EMC)도입을 위한 의견수렴을 하고 안내서를 만들었으며 ‘의료기기 전자파 안전에 공통기준규격’을 오는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