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해벽두를 앞두고 영국 BBC에서 ’우리가 모르는 올해(2006년)의 뉴스 100가지’를 선정했는데, 이 중 ‘키 작은 사람은 아빠를, 뚱뚱한 사람은 엄마를 원망하라’는 내용에 관한 네티즌의 반응이 뜨거웠다.
영국 왕립데본앤엑시터 병원이 1000여명 가정을 조사한 결과 자녀는 아빠의 키, 엄마의 체중을 닮는다는게 그 내용이다. 이 뉴스가 게재된 한 사이트에는 ’말도 안된다’ ’진짜냐’ ’그런것 같다’ 등 네티즌들의 댓글이 쇄도하면서 가장 많이 본 기사에 선정돼 스크랩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십거리로 삼기엔 ‘잘못된 상식’으로 전파, 진실이 왜곡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 작고 뚱뚱한 것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이와 관련,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키와 체중은 유전적 영향보다 환경적 영향이 지배적이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키는 아빠를 닮고, 체중은 엄마를 닮는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영국 한 병원에서 그 병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종의 통계자료에 불과하다는 것.
정확한 유전적, 생물학적 연구가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므로 키가 작다 해서 아빠를 탓할 필요도, 뚱뚱하다 해서 엄마에게 쏘아 붙일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키와, 체중에 대한 진실은 무엇일까? 작년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키는 유전이 아니라 후천적 환경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유전적 요소는 키를 결정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키네스 맞춤운동 센터 김양수 원장은 콩과 팥을 예로 들며 “유전은 형질을 결정해 생김새가 비슷한 콩과 팥을 서로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콩과 팥이 다른 모습을 갖는 것처럼 유전형질은 형제간에도 서로 다른 얼굴을 만들고 있으며, 유전자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 경우에도 성장기 시절에 자란 환경조건이 달라지면 얼굴은 비슷하지만 자란 키에는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성장기 생활에서의 환경조건을 어떻게 조절했느냐에 따라 키 차이가 달라질 수 있으며, 사람의 실제 자라는 키는 부모의 키를 이용한 예측키와 비교했을 때 20cm까지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이에 “정상인의 경우, 성인 키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남자는 160cm, 여자는 150cm정도까지 유전적으로 자라는 키를 결정하고, 이보다 크게 자란 키는 성장환경의 차이가 결정한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므로 남자의 경우는 160cm를 조금 넘는 사람과 180cm나 되는 사람의 키가 성장기의 환경조건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고 다음 세대에는 성장환경 조건에 따라서 같은 키가 될 수 있는 것.
경희대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성운 교수는 “현재까지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의 키는 유전적 요인이 20~30%정도, 환경적 요인이 70%이상 영향을 미친다”며 “더욱이 자녀의 키가 아빠를 통해 유전된 것은 아니므로 작다하더라도 아빠의 유전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뚱뚱한 자녀, 엄마 책임은 ’많이 먹인 것’ 뿐
김 교수는 엄마의 체중이 자녀에게 유전되는지에 대해서도 “유전보다는 후천적 영향이 크다”고 전제한 뒤, “비만의 선천적 요인인 단일유전자 결함이 있는데, 비만 관련 호르몬인 렙틴(laptin) 또는 그 수용체와 관계된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아주 드물게 나타나 유전자변이가 일어나면 통제할 수 없는 식욕으로 젊은 시기부터 심각한 비만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무엇보다 엄마가 뚱뚱하고 비만일 경우 아이가 비만이라면, 식습관과 운동량의 부족, 서구적 생활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엄마의 식성이 비만을 초래할 수 있는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 갖가지 간식들로 거의 입에서 음식을 떼고 생활하는 시간이 없을 정도면 아이가 뚱뚱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 이는 부모와 식성까지 일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만의 정도는 심해지게 된다.
결국 비만과 키에는 유전적 인자가 기본적으로 내재하지만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지배적이므로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키와 체중과 관련,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 중 어느 쪽 영향이 더 강한가에 대한 판결은 아직도 논란 중에 있지만 현대사회는 갈수록 환경적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그에 따른 영향이 더욱 강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의 애리조나 사막에 사는 파마인디언은 마른 사람들이 많았지만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화돼 오히려 비만과 당뇨병이 높은 비율로 나타난 사례가 있다.
이와 관련 전문의들은 “이는 유전적 요인이 있다 하더라도 환경적 요인을 잘 조절해 적극적이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얼마든지 키와 체중을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적절한 성장환경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