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이 영화속의 정신병원은 과연 실제 정신병원과 얼마나 비슷할까?

이 영화를 관람한 한 정신과 의사는 “잘못된 정신과 의사들의 역할을 보여주는 교육비디오”와 같다고 토로했다.  정신병원에서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라스트 신이나 전기충격치료를 받으면서 이전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온몸을 경련에 떠는 환자들의 모습은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 “정신병 환자들의 부모나 의사들은 이 영화를 볼 때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을 듯 하다”는 게 이 영화를 관람한 정신과 전문의의 씁쓸한 평가다.

◇정신병원에 위험한 선입견 심어주는 교육용 비디오? 

영화 속 ‘신세계 정신병원’속 환자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고 이해받아야 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 속에서 박찬욱 감독은 여자 주인공 최영군(임수정)과 박일순(정지훈)이 서로의 병을 어루만지며 사랑을 이루는 로맨틱 코미디로 그린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를 본 정신과 전문의는 “실제 정신과 병동과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경희대학교 소아정신과 반건호 교수는 이 영화를 “일부러 잘못된 정신과 의사 역할을 보여주는 교육용 비디오로 활용이 가능할 정도”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또 “정신과라는 낙인이 환자, 보호자가 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데 한 술 더 떠서 정신과 치료진이 환자의 적이라는 의식까지 심어놓으니 이 영화를 보는 환자, 보호자, 일반 대중에게 떳떳이 정신과 의사로 나설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실제현실과 거리가 먼 ‘신세계 정신병원’?

공장에서 일하던 영군양은 자신이 사이보그라는 망상과 행동 하나하나를 지시하는 환청에 이끌려 감전사고를 일으켜 입원한다.  이미 입원 생활을 하고 있던 일순군은 정신분열증과 ‘안티소셜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진단을 받은 환자다. 

환자들은 사이코드라마에서 흔히 쓰는 ‘매직 샵 (magic shop)’ 기법을 이용해서 버리고 싶은 마음을 의사가 아닌 일순에게 맡겨놓고 스스로 치유한다.  정작 주치의는 영군이 ‘자신이 사이보그였어요’라고 말할 때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엉뚱한 질문을 한다.  자신이 사이보그라서 밥을 안 먹어도 된다는 망상을 가진 영군에게 의사가 코로 튜브를 삽입해서 식사를 주려하자, 일순은 ‘왜 환자 동의도 없이 밥을 먹여요’라고 왜곡된 인권유린을 주장한다. 

영군은 의사들에게 증상을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치료도 잘 되지 않아 잘못하면 굶어 죽을 수도 있는 거식증 까지 겹쳤다. 일순은 영군을 동정, 기발한 방법으로 영군을 소생시키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국 일순이 영군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영화와 실제 병동은 많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영화에서 전기충격요법은 온 몸을 들썩거리며 경련을 하고,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려서 작화증이 생긴 환자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기억상실이 오는 비율도 낮고, 생긴다해도 5~6개월 내에 회복된다.  영화속 ‘신세계 정신병원’에서는 남자 환자가 여자 환자의 병실에 들어가고 서로 사랑을 싹틔우고, 마지막에는 성관계로 의심되는 깊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실제는 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이같은 ’사고’도 쉽게 일어날 수 없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창작의 자유, 정신병원에 위험한 선입견 심어선 안돼 

일각에선 매체의 영향력은 상당하기 때문에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신병원에 대해 위험한 선입관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반건호 교수는 “지금도 보호자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전기충격요법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남자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을 걱정한 나머지 꼭 입원치료가 필요한 딸을 입원시키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며 영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어 반교수는 “감독은 어디까지나 영화 속 설정에 의한 것이라며 창작의 자유를 주장하겠지만, 문제는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일반인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라며  “그 왜곡으로 인해 피해입는 이가 생긴다면 이는 충분히 ‘안 괜찮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