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치료 절실한 말더듬, 백혈병치료 보다 더 비싼 치료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움직여 소리를 내는 틱장애가 개그프로그램의 소재로 둔갑되면서 언어 장애인으로부터 많은 지탄과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언어장애가 자칫 웃음거리로 전락될 수 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말을 더듬는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치료를 통한 정상인으로의 회복이 간절하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언어장애는 상대방과 의사교환에 장애가 있는 경우를 말하며, 말더듬이, 언청이, 실어증, 언어발달지연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 장애인구 165만 명 중에 4만 여명이 언어장애로 등록돼 있으며 그 중 흔히 말더듬이라고 불리우는 유창성장애는 2047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교통사고나 지병에 기인한 후천적인 장애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말더듬이 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언어치료 전문가들은 “언어장애도 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돼 국가차원에서 장애인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장애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인식 부족으로 자발적인 비장애인으로 남기때문에 등록된 장애수에 비해 몇 배 이상차이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20년째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40세 직장인  J씨는 “장애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승진기회가 박탈되는 위기감을 느끼고 뒤늦게 치료를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J씨는 “그 동안 치료의 의미보다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로 기인해 빚어지는 현상으로 인식하고 웅변학원, 스피치학원 등을 전전하면서 별 다른 효과를 못 보다가 전문 의료진의 도움으로 언어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자신의 병명이 유창성장애라는 사실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말을 더듬는 식의 언어장애는 치료개념이 아닌 성격개조 식의 해결방법으로 접근해 왔기 때문에 언어장애인들은 J씨와 같은 남모를 고통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나이가 어린시기에 발생되는 언어발달장애의 경우도 부모의 심적고통과 금전적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1년 전 신경정신과에서 언어장애판정을 받은 4 살배기 딸을 둔 M모씨는 “ 인지치료와 놀이치료를 2년째 받아오고 있으며 일 년에 1000만원 가까이 지불하고 있지만 빠듯한 월급쟁이 수입으로는 치료를 지속하기가 버겁다“고 말해 치료비 부담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털어 놨다. 

언어치료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으로 시간당 3만~6만원 전후의 비용이 들며, 가벼운 장애일 경우 주1회, 월1회 부터 시작해 주3회까지 상태에 따라 치료 빈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매달 적게는 수십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치료비로 써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경미한 경우에는 저절로 회복이 가능하고 치료기간이 짧지만, 중한 경우 4~5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인내심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관심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어린시기에 말더듬이와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 성장하면서 학습장애와 대인기피, 성격장애까지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일단 진단이 내려진 시기부터 치료를 서둘러야한다”고 충고했다.  

한국말더듬이협회 문충섭 회장은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부모를 대변하고 언어치료에 대한 치료인프라확보와 의료비지출의 심각성에 대해 국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여러 각계 부처를 방문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팀 손영래 사무관은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기 위해 요구도를 파악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접수된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장향숙의원(보건복지위원) 측근은 “언어치료 보험급여도입에 앞서  치료대상, 목적 등과 관련해 대중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 공감대형성이 무엇보다도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뿐만 아니라 언어치료를 육체적인 장애와 분리하고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더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지원확대정책에 따라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됐던 병원치료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의료비지원을 실시하거나 치료약품을 보험영역으로 흡수했다. 또 일상생활에 필요한 장애보장구 등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기본가격보조정책을 의료보험 내에서 전개하는 등 아직 미비하기는 하지만 많은 노력을 기했던 기존 성과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장애를 가진 언어장애자 대상에게는 기본적인 지원계획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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