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헛 게 보인다구요" 착각일까? 환각일까?

얼마 전부터 배와 등, 심지어는 목 까지 벌레가 기어 다니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서울 봉천동에 사는 남승주(가명,47)씨는 “불쾌한 기분에 거울로 확인도 하고 자꾸 털어내고 만져봐도 실제로 아무것도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특별한 지병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니고 동년배 보다 건장해 보이는 남씨가 이러한 증상에 시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남씨가 평소 술을 자주 마셨고, 현재 술을 끊은 상태인 점에 착안, “알코올 금단으로 인해 나타나는 환촉에 해당 한다”고 풀이했다.  

◇뇌 활동 비정상이면 환각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각적인 체험을 하는 것을 환각(Hallucination)이라 설명한다. 환각은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앞쪽 두뇌의 활동량이 줄어들고 왼쪽 측두협의 뇌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긴다.  환각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앞서 언급된 환촉을 비롯 대표적인 경우가 환청, 환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뇌의 측두엽에 병변이 있으면 맛과 냄새의 환각이 나타나고, 후두엽에 병변이 있으면 환시가 나타나는 등 병소 부위에 따라서 환각의 양상이 달라진다. 메디어트 신경정신과 조철래 원장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환각 증세는 착각과 혼동되는데 착각은 외부의 자극이 있을 때 이 자극을 왜곡되게 인식하는 경우이므로 순간적이고 일시적”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흔히 오랜 시간 업무에 집중하거나 눈이 피로할 때 ‘헛것이 보인다’고 말하지만 이는 일시적 착각일 뿐 환각은 아니라는 것.

◇각 부문별 환각증세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외부로부터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환청이라고 하며, 환각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다.  환청의 내용은 기분 좋은 내용도 있으나, 초기에는 피해를 주는 내용이나 환자를 비난하는 등의 것이 많다. 우울상태에서는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이 많다.  의식이 혼탁한 경우에 있는 환청은 뇌의 기질적인 장애가 그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식이 명료한 경우에 나타나는 환청은 대개 정신분열병이나 정서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환시는 아무런 자극도 없는데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환시는 환청보다 빈도가 적으나 두번째로 자주 있는 환각이다. 이는 정신분열병과 같은 정신병에서도 나타나지만 대개는 뇌의 기능 장애를 보이는 기질성 정신장애에서 흔하다. 환촉은 실제 외부의 자극이 없는데도 몸에 닿거나 찌르거나 누르는 등의 감각을 갖게되는 현상으로 알코올 금단 시 자주 발생하며 개미같은 벌레가 몸속에 기어다닌다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학회에 의하면 그밖에 냄새가 날 만한 아무런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냄새를 맡는 것을 이르는 환취와 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환미는 몸에서 악취가 난다고 느끼며 음식에서 독약 맛이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신분열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정상인에게도 환각이?

환각증세는 대개 약물복용이나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정상인에서도 자신의 욕구, 자존심, 죄의식, 억눌리고 배척당한 충동 등이 뇌에 투사돼 환각이라는 현상으로 가끔 나타나게 된다.  용인정신병원 강대엽 부원장은 “정상인에서도 환각이 나타나는 경우는, 장기간 격리돼 탈감각상태에 있거나, 장시간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경우, 메스카린이나 LSD와 같은 환각약물을 복용했을 때 등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잠이 들 때 나타나는 입면기 환각과 잠에서 깰 때 나타나는 출면기 환각이 있는데 이런 환각은 “정상인에서도 볼 수 있지만 경증의 신경증, 우울증, 정신분열병, 알코올중독증, 간질, 급성 뇌증후군의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잠잘 때 주로 나타나는 소위 가위 눌림이 입면시 환각에 해당한다.

◇환각증세 시 전문의 상담이 무엇보다 중요

이와 관련, 메디어트 신경정신과 조철래 원장은 “환각은 정신분열증세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많이 나타는 증세이므로 대부분 현실 검증력이 손상돼있고, 자아경계소실로 인해 일상·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혹시 환각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 “정신재활치료와 약물치료를 통해 환각 증상을 크게 저하시켜 적절한 사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것이다”고 전했다.  정신병약물 치료는 다른 약물치료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전문의 지시 하에 이뤄져야 한다.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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