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김일을 고생시킨 박치기 후유증이란?

지난 26일 오랜 지병으로 사망한 ‘박치기 왕’ 김일 씨는 생전에 박치기 후유증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김일의 박치기는 링 위에서 그를 빛나게 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건강상의 불편을 감수하게끔 한 것이다. 혹독한 훈련도 이어졌다. 그는 생전에 골프채 우드, 재떨이 등 단단한 물건에 머리를 부딪쳐가며 머리를 단련시켰고, 재떨이를 직접 머리에 대고 때리면 재떨이가 다 부서질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설적인 이야기는 실제로 가능하다.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전신수 교수는 “두피나 뇌의 뼈도 다른 신체 부위와 같이 외부 충격에 의해 단련될 수 있는 부위다”라며 “연습을 통해서 재떨이보다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치기 연습을 통해 머리가 단단해진다고 뇌가 튼튼해지는 것은 아니다. 전문의들은 박치기는 건강측면에서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치기를 통한 일차적인 문제는 뇌의 상처가 난다는 것이다. 뇌에 멍이 들면 피가돌지 않고 뇌세포가 많이 죽게 된다. 뇌를 싸고 있는 두개골의 골절이 일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강남성모병원 신경외과 이태규 교수는 레슬링이나 태권도, 유도, K-1 등을 하는 운동선수에게서 종종 ‘펀치 드렁크 신드롬’(Punch-Drunk Syndrome)이 나타난다”며 “이는 뇌 신경 네트워크가 손상되어 몸이 심하게 떨리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등의 증상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 증후군이 심해지면 성인의 경우엔 심하게는 파킨슨 병이나 치매도 생길 수 있다. 반복적으로 장기간 박치기를 하면 뇌의 신경손상으로 뇌의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다리나 팔쪽 신경에 서서히 변이가 진행되면서 보행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종수 신경외과 교수는 “뇌의 신경이 손상되면 기억력 감퇴, 출혈로 인한 의식손실이나 마비, 언어장애, 장기적 반복에 노출되면 학습력 또는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목 부분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목 디스크도 생길 수 있다. 목이 뻣뻣해지면서 어깨와 팔을 따라 손가락 끝까지 저리면서 운동을 하기도 어렵게 된다. 서울 을지의료원 내과 최재웅 교수는 “과거에 목에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으면 목디스크가 될 확률이 높다”며 “김일 씨는 생전에 박치기를 통해 목 관절을 많이 써서 목 디스크로 고생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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