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주인공 미자(한고은)가 알코올 중독을 벗어나게 되는 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그녀의 인생선배 혜주(이승연)는 미자에게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을 부여하며 강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그녀에게 술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태준(조문기) 역시 그녀의 알코올 중독 극복에 힘이 됐다.
드라마 속에서 그녀의 알코올 중독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술을 먹는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하고, 잠도 못 잔다. 가톨릭 성가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상당히 진행된 알코올 중독자에 대해서는 특히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환자의 증세를 좌지우지한다”고 말했다. 평소 환자 가까이에서 신뢰감을 주고 지지가 됐던 이들은 환자의 알코올 중독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존재다.
단, 이들에게 처벌이나, 위협, 회유, 격리의 방법을 쓰면 오히려 증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심적 압박감과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보다 자주 술을 마시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알코올 중독자가 저지른 여러 종류의 잘못이나 나쁜 결과들을 감싸주거나 돌봐줘서도 안 된다. 알코올 중독에 대한 극복 의지를 약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의들은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냉정한 사랑’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냉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술병은 환자가 없는 곳에 치워두는 것이 좋다. 술의 유혹을 없애기 위해서다. 술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등 괴로워한다고 해서 술을 환자 곁에 둬선 안 된다.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둘째, 자신의 알코올 중독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를 환자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취한 상황에서 좋았던 기분 등을 기억하고,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 이 말을 전할 때는 비난 대신 권유와 설득의 의사소통법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런 말이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전해야 한다.
셋째, 환자의 역할을 알려주는 것도 알코올중독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잃을 것이 많은 자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피해를 두려워할 수 있다”며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 술로 인해 잃어버릴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주는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넷째,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감동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알코올 중독자가 개선하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이 응해주면 환자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술을 끊으면 상을 주고 함께 기뻐해주는 것도 환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다섯째,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정신병원이나 알코올중독센터 상담가, 경험자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절대 혼자의 힘으로 치료하려는 시도는 환자에게 도움이 안된다. 가능한 한 환자의 주변에 있는 가족, 친척, 직장, 동료, 친구에게 모두 알려야 한다.
남궁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정신장애가 아니라 뇌의 기능이상으로 인한 선천적 신체장애가 대부분”이라며 “가족이나 친척 중에 심한 알코올 중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술을 아예 입에 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