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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은 갈대?
헬스조선 편집팀 | 기고자=손인숙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입력 2006/09/27 14:28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여자의 마음이 때때로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달에 한 번 여성은 마술에 걸린다. 이 주기에 따라 호르몬이 변하는데 이 변화에 의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변화하기 때문에 감정적 변화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호르몬의 불균형이라기보다는 난소 호르몬에 의해 중추신경계와 다른 조직에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생화학적인 변화이다. 이런 변화에 취약한 여성일수록 월경전 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월경 전에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몸살을 앓거나, 참을 수 없는 분노 등을 느낀다. 심지어 월경이 올 때마다 아이를 학대하는 여성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 정도로 '월경전 증후군'이 보통명사화 되어 사용되어 동료가 짜증을 부리거나 예민할 때면 월경전증후군 여부를 묻고, 이 경우 동료들이 그녀를 더 많이 이해하려고 한다. 이처럼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생리적 변화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되어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성들은 여성의 이런 생리적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분노나 거부의 표시로 오해하여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월경전 증후군은 생리 며칠 전에 정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정서적, 행동적, 신체적 변화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생리시작과 동시에 없어지는 복합증상이다. 대부분은 월경 7일 전에 시작되어 월경이 시작되면서 좋아지지만 월경 2주 전에 시작하여 월경이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여성들은 한 달에 3주일을 월경전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이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프로락틴 호르몬이나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생리적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고, 성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엔돌핀이나 신경전달물질이 저하되어 월경전 증후군이 나타난다는 설명도 있다. 또한 배란 후 착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남성들의 접근을 막는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고, 이는 종족 보전의 본능을 충족시켜 여성들의 진화에 이점을 갖기 때문에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왔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월경전 증후군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거의 모든 여성에서 나타나며, 10~20%는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다. 경증은 자신이나 가족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의 가사 또는 직장 일, 사회적 인간관계에 손상을 주지 않을 정도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이고, 중등도는 가정 또는 사회생활에 영향은 있으나 작업 능력이 보존되어 있는 경우이다. 중증은 너무 심하여 가족관계는 물론 사회적 인간관계의 파멸을 초해라고 작업능력을 완전 상실하여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그 증상만도 세분하면 150여 가지에 이르며, 증상의 정도 역시 다양하다. 감정이 쉽게 변하거나 쉽게 화를 내며, 우울해지고, 요통, 관절통 등 근육이 뻣뻣해질 수도 있다. 식욕이 증가하여 배가 찢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먹고 토하는 증상이 반복되며 유방통증, 불안, 심계항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상적인 일에 대한 압박감이 크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이 때에는 얼굴에 여드름 등의 피부 트러블이 많이 생긴다.
월경전 증후군은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기 때문에 일상적 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증상에 대한 치료를 한다. 두통이 있으면 가벼운 두통약을 복용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 때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좋다. 대증적 요법으로 소금, 당분, 지방,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 B6, 칼슘, 마그네슘 섭취를 늘리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적당한 운동으로도 유방팽만감, 유방통, 우울증, 전신부종, 불안감 등이 완화된다고 한다. 대증적 요법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호르몬 투여, 이뇨제의 사용, 항우울 치료제 등의 약물을 이용한다.
월경전 증후군은 거의 모든 여성들이 겪는 생리적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여성 고유의 특징으로 이해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고등학교 성교육시간에 생리와 함께 월경전 증후군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남성들은 여성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고 여성들은 자신의 몸의 변화를 알고 준비해야 한다. 월경 전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한다면 부부간에도 서로를 더욱 배려할 수 있는 성숙한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한 세계적인 여배우가 월경 때마다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언론에 회자된 적이 있다. 그녀의 도벽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 여성은 누구나 월경전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지식을 넓혀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여성의 생리적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 시기마다 불화를 겪는 가정이 없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