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에 관한 몇 가지 오해

“나 이대론 못 가. 억울해서 못 죽어.”
MBC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의 주인공 최장수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뒤 하는 절규다.

30대인 그가 별안간 이혼남이 된 이유는 무심한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것 때문. 이삿날 집에 오지 않고, 자식의 치명적인 유제품 알레르기를 망각한 채 우유를 먹여 병원신세를 지게 한다. 알고 보니 그는 뇌에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점차 기억을 잊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희귀병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최장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될까? 최장수처럼 건장한 30대의 남자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일은 흔한 경우일까?  알츠하이머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본다.

하나. 희귀병이다?

1907년 알츠하이머가 발견될 당시만 해도 진단기준이 뚜렷하지 않았고 발병률이 적은 희귀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과 함께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진다. 국내에서 65~74세일 경우 약 3%가 알츠하이머 환자이고 75~84세인 경우는 19%,  85세 이상인 경우 47%가 알츠하이머 환자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20년 안에 알츠하이머 인구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교 삼성병원 박근홍 원장은 “이 병은 점차 고령화에 따른 인간의 생명연장이 된 상황에서 뇌의 퇴행성 손상의 기회가 많아지므로 과거에 비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둘, 이 병에 걸리면 예외 없이 죽는다?

드라마 주인공 최장수는 알츠하이머 병을 선고 받고 “살아갈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며 슬픔에 잠긴다. 그러나 주인공의 생각과 달리 대부분의 알츠하이머 환자는 7~10년 동안 생존하고 멀게 내다볼 경우 20년 동안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평균적인 수명기간은 아니다. 주변사람들의 간호와 정성에 따라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일차적인 요인으로 죽지는 않고 합병증, 암, 심장질환, 여러가지 병원균 감염 등의 이차적 요인으로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치매가 심해지면 씹는 방법, 가래 뱉는 법, 음식물을 삼키는 법까지도 잊어버리게 된다. 이에 따라 영양실조와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폐렴 등의 감염성 질환에 쉽게 걸리게 된다.

어느 정도 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경과를 둔화시킬 수 있는 약이 미국 FDA에서 승인받은 이후 국내에도 몇 가지 들어와 있으나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하는 약은 개발돼 있지 않다.

셋. 나이든 사람만 걸린다?

알츠하이머는 나이든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아주 드물게 50대 이하의 연령대에서도 나타난다. 알콜중독이나 사고로 인한 심한 뇌손상, 유전적 요인 등이 젊은층에게서 알츠하이머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드라마에서 조직폭력배와 몸싸움을 벌이는 일이 잦은 형사 최장수와 관련 “뇌에 충격이 강해지면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는 젊은이들에게 이 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관련 “20,30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은 유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나이가 들면서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뇌의 퇴행성 변화 이외에도 알츠하이머의 발병원인이 늘어가고 있는 한 젊은층도 알츠하이머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

넷. 갑작스런 건망증, 알츠하이머의 신호?

나이 든 사람들 중에는 갑작스럽게 기억력 저하가 오거나 헛소리를 하게 된다는 이유로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전문의들은 “치매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럴 경우 뇌에 다른 병이 있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건망증 환자와 알츠하이머 환자는 분명히 다르다. 건망증은 자신의 어떤 기억이 상실됐음을 알지만 치매는 자신의 기억이 상실됐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또 일부를 선택적으로 잊어버리는 건망증과는 달리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자신이 과거에 경험했거나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린다.

그렇다고 건망증을 방심해선 안 된다. 미국 러시 대학 메디컬센터의 데이비드 베네트 박사는 미국신경학회 전문지인 ‘신경학’ 저널에서 “건망증에 해당하는 삽화적 기억 상실도 결국은 치매 신호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수 없는 등 기억력에 이상을 느끼거나 오래된 기억에 이상이 있을 때 치매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섯. 머리를 쓰지 않으면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흔히 알려진 알츠하이머 예방법 중 하나는 ‘머리를 쓰는 것’. 노인들이 고스톱을 친다거나 책을 읽는 등 정신활동을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0% 예방법이라 할 순 없다. 고학력자 층에서도 알츠하이머가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고(故) 이태영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이나 국가 중책을 맡았던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도 알츠하이머란 병을 앓았다”며 “뇌를 많이 쓰는 활동을 하더라도 이 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뇌활동을 통해 알츠하이머가 예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도의 두뇌활동을 한다 하더라도 뇌의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가 생길 수 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