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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저하가 우울증 때문?
김정수 클리닉 비(VIE) 원장
입력 2006/07/19 16:14
보이지 않는 학습의 적 : 청소년 우울증
[사례 1]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지현이. 항상 전교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이 지난 중간고사 때는 전교 80등으로 떨어진 것에 놀라서 병원을 찾았다. 어머니에 따르면 몇 개월 전부터 아이의 의욕이 많이 떨어지고 공부하는 양이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지현이는 특별히 스트레스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스스로 우울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단지 예전보다 공부하는 것이 귀찮고, 졸음이 많이 와서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지현이는 성적이 떨어져 고민이지만 다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공부가 잘 안되고 있었다.
두 차례의 면담과 심리검사 결과, 지현이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소량의 항우울제를 투여하였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며 약 열흘이 지나자 아이의 얼굴 표정이 밝아졌으며 공부 양도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 후 기말고사에서 지현이는 다시 원래의 성적을 회복하였다.
[사례 2]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철민군이 어머니와 함께 학습클리닉을 방문하였다. 철민군은 그냥 짜증스럽고 괜히 마음이 편하지 않아 공부가 잘 안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어머니에 따르면 평소 순한 편인 철민군이 수개월 전부터 공부를 안하고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부모에게는 매우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철민군은 반항적이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얘기하였고 자신의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철민군의 정서적인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격려하였고 현재 상황에서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를 함께 나누면서 여유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소량의 항우울제를 함께 투여하면서 관찰하였는데 2주가 지나면서 짜증과 적대적인 태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기 시작하였으며 점차로 학습에 흥미를 가지지 시작하였다.
철민군은 간헐적으로 해오던 흡연을 중단한 뒤로 공부 시간이 많아졌으며 어머니와의 관계도 현저히 개선되었다. 이후 철민군은 성적이 매우 상승하였고 함께 놀던 친구들에게도 공부를 권유하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으며 6개월 후 치료를 종결하였다.
이렇듯 청소년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우울증은 학습과 자기성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의욕이 떨어지고 학습동기가 저하되는 경우 한번쯤 우울증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울하다고 할 때 대개는 슬픔을 떠올리게 된다. 흔히 우울증하면 마음이 슬프고 눈물이 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병으로서의 우울증은 슬프다기보다는 ‘삶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서투르며 말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우울감보다는 짜증이나 신경질적 반응, 집중력과 학습능력의 저하, 두통과 같은 신체적 증상, 게임중독이나 학교거부와 같은 반항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명백한 우울증보다 눈에 띄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는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기회를 놓치게 하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적은 마음의 행복에 달려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청소년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
- 말수가 줄어들고 어두운 표정
- 잠이 많아지거나 무기력한 모습
- 집중력의 저하, 둔하거나 멍한 모습
-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나 지속적인 복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 평소보다 게임에 탐닉하며 하지 못하게 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경우
- 매사에 짜증이 많아지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
- 매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
- 친구들 혹은 식구들과의 잦은 다툼
- 거짓말, 등교거부, 가출, 반항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