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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 불가’, 음성치료로 ‘고음 가능’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
입력 2006/06/30 16:17
‘고음불가’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다. 고음을 내야 할 부분에 저음으로 부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코미디 소재이긴 하지만 실제 목소리가 떨려서, 혹은 목소리에 자신이 없거나 자신감이 떨어져 목소리가 약한 경우 고음처리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6% 정도가 음성장애질환을 앓고 있으며 그 중 50% 이상이 성대결절이나 연축성발성장애(목소리 떨림 증상)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순한 발성장애 등은 자신의 노력만으로도 어느 정도까지는 치료 예방이 가능하다. 각종 행사나 모임, 야유회, 운동회 등 성대 쓸 일이 많은 계절. 자신의 목소리는 어떤지 살펴보고 좋은 목소리 만들기에 노력해보자.
목소리 자가진단과 치료
쉰 목소리
쉰 목소리는 염증 등의 질병에 의한다기보다는 말하는 습관이나 주위환경이 좋지 않아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위 환경이 소란스럽다면 이에 따라 자신의 발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쉰 목소리가 오기가 쉽다.
또 성격이 흥분을 잘해 기복이 심하거나 할 때도 쉰 목소리가 생길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전화통화를 길게 하거나 술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는 습관이 있다면 유의해야 한다. 성대를 학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쉰 목소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란스러운 장소를 피해야 한다. 급격한 감정의 기복을 보이는 행태도 피해야 한다. 가정에서 쉰 목소리를 치유하는 방법으로는 목청을 올리는 일은 가급적 피하고 따뜻한 차를 자주 마셔 성대의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다. 굳어 있는 성대를 위해 목 마사지하는 것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을 상하좌우로 여러 번 쓰다듬어 주면 된다.
스트레스와 피로에 빠져 있다면 초콜릿이나 설탕 같은 단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당분은 스트레스와 피곤함을 유발시키는 물질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애교 섞인 음색으로 내기 위해 일명 ‘혀 짧은 목소리’를 구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쉰 목소리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발성습관이 좋지 못하면 성대결절, 성대폴립, 성대부종 등으로 발전될 수 있으니 이비인후과 음성클리닉에서 올바른 발성연습을 배우는 것이 큰 병을 막는 길이다.
떨리는 목소리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나 책을 읽을 때, 면접 등에서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면 연축성발성장애(spasmodic dysphonia)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연축성발성장애란 성대의 근육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수축하거나 떨게 되어 발성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바람이 새는 듯한 쉰소리와 무의식적으로 떨리면서 끊기는 목소리 증상을 보인다. 외부적 환경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목소리가 자주 떨리는 경우라면 연축성발성장애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는 주로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나타나며 일명 ‘큰 소리를 지를 수 없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성대근육이 부정규적으로 긴장상태에 놓이기 때문에 큰 소리를 지를 수 없다.
보통 보톡스 주사를 맞는 방법이 일반화 되어 있지만 이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발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발성연습을 통한 성대 치료가 필요하다.
작고 떨리는 목소리의 경우에는 가정에서 입에 스틱을 물고 똑바로 말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방법은 볼펜 등의 길쭉한 막대기 등을 활용해 이를 문 채 대화를 하는 것. 이 상태로 말을 하려면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 약했던 발성이 훨씬 강하게 나오고, 이러한 것이 반복되면 목소리 떨림 현상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여성처럼 가는 목소리를 가진 남성
후두에 위치한 성대는 남성이 1초 당 100~150회, 여성은 200~250회 정도 진동하도록 되어있다. 남자인데 여성의 가는 고음이 계속 나는 것은 성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된 상태에서 소리를 내보내기 때문이다.
성별을 벗어난 소리를 계속 낼 경우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목소리를 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목에 무리가 가기 쉽다. 인기인들의 과도한 성대모사도 자신의 목소리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상시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목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가정에서 고쳐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일부러 기침을 유발해 낮은 목소리를 내도록 한다. 기침과 연결되는 ‘이’ 모음을 지속적으로 내는 연습을 하면서, 헤드폰을 쓰고 시끄러운 상황을 연출한 후 큰 소리로 책을 읽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음성을 낮게 만들 수 있다. 낮은 음성이 나온다 싶으면 ‘하’ 발음처럼 ‘ㅎ’이 들어가는 모음을 발음해 점차적으로 글자 수가 많은 것을 읽고 말하면 된다.
언어치료, 발성치료를 중심으로 수술 없이 치료 가능
흔히, 목소리가 쉬거나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성대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나 교사 등 직업 자체가 목소리를 계속 내지 않으면 안될 경우라면 이러한 치료법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성대질환의 80~90%에 해당하는 질병이 목소리를 잘못 사용해 나타나는 기능성 음성질환이다. 노동일을 무리하게 했을 때 손바닥에 굳은 살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로, 성대를 심하게 사용하면 성대에도 굳은 살이 생긴다. 손바닥의 굳은 살은 쉬면 아물지만 성대는 지속적으로 말을 해야 하므로 없애는데 어려움이 있다. 기존 치료법은 성대의 굳은 살을 잘라내는 수술이 보편적이긴 하지만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성대가 같은 습관으로 또다시 말을 하기 때문에 다시 굳은 살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에는 음성질환 전문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성대미세수술, 보톡스 주사, 보형물 주입 등의 수술은 한시적인 치료방법으로, 이 같은 기존의 음성치료는 효과에 기복이 있는 반면, ‘환자 맞춤형 음성클리닉’ 치료법은 환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영구적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치료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언어훈련, 음성훈련, 발성훈련 치료법 등을 실시한다.
‘음성언어치료’는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더듬이, 자폐증과 발달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중점치료하는 프로그램으로, 언어치료사가 말하는 습관 때문에 바뀌어버린 목소리를 훈련을 통해 바로잡아준다. 어릴 때 음성변화가 자주 온다는 것은 성대 근육을 반복해서 잘못 사용하는 것으로 결국 불필요한 성대 근육이 발달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목소리가 자주 변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올바른 목소리 내기’ 훈련을 하면 영구적으로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발성치료’는 노래를 부르며 목소리를 치료하는 것으로 음성훈련 대신 노래를 유도해 성악가의 발성법을 적용한 훈련이다. 누구나 손쉽고 재미있게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목소리를 위한 10가지 수칙
1. 불필요한 헛기침을 자제하고 너무 낮은 음성으로 말하지 않는다.
2.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환경을 피한다.
3. 하루 1.5리터 이상의 물을 천천히 자주 마셔준다.
4. 담배와 커피, 콜라 등은 자제한다.
5. 숨이 가쁘거나 화가 난 상태에서는 말을 자제한다.
6. 콧소리(비음)를 많이 낸다.
7. 지나친 비명이나 고함은 줄인다.
8. 전화통화를 길게 하지 않는다.
9.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말수를 줄인다.
10. 잘 우는 경우 목소리가 나빠지므로 평소 많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