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이래저래 불쌍한 여자의 허리

임재현·나누리병원 부원장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몸의 대들보인 허리에 통증이 생겨서 잠 못 드는가 하면, 요통 때문에 가사가 끔찍하다는 여성들도 있다. 감기처럼 흔한 요통이지만 수술로까지 이어지는 심한 척추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많다. 필자가 일하는 병원에서 지난 3년간 퇴행성척추질환 수술 환자 573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67.2%로 남성(32.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척추 뼈 마디가 앞으로 미끄러져 나오는 척추전방전위증은 남성(51명)보다 여성(142명)이 3배 가량 높아 남녀 성별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들, 그 중에서도 주부들에게 요통을 부르는 척추질환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량이 적다.

남성의 몸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체중의 44%인 반면 여성은 36%로 남성의 3분의 2수준이다. 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발달을 촉진시키지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근육보다 지방질을 발달시킨다. 적절하게 근육량을 유지하고 있어야 척추가 지지를 받아 튼튼하게 서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 척추질환에 쉽게 걸린다.


둘째, 임신이나 폐경으로 인한 급격한 호르몬 체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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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가 가까워지면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칼슘이 급속도로 체내에서 빠져나간다. 또한 척추관절 속에는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어 척추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해주는 큰 역할을 하지만 이것 역시 폐경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 임신에 따른 척추 약화는 ‘리락신(Relaxine)’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자궁이 점점 커지는 것을 몸이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데, 그 때문에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 요통을 초래한다.


셋째, 허리를 굽혀서 하는 가사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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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와 허리를 굽혀서 하는 청소와 설거지 등을 오랫동안 지속하면 척추가 경직되어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주부들은 가사 내용이나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조리대나 싱크대는 주부가 편안하게 섰을 때 배꼽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하도록 높이를 조절하거나 발 받침대를 설치해 높이를 맞추면 가사로 인한 요통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평소 꾸준한 스트레칭과 근력강화운동을 통해 폐경기에 찾아오는 척추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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