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흥분상태로 만드는 월드컵. 그러나 한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신의 심장이 월드컵을 즐길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수면이 부족한 새벽 시간대, 긴박한 경기를 보며 흥분과 긴장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이번 월드컵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히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에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증,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부정맥 등과 같은 심혈관 질환을 이미 진단 받았던 사람들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차기, 심장마비 25% 증가
축구를 보며 응원하다 돌연사하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만 해도 국내에서 경기 시청 중에 돌연사 한 사람이 7건이나 있었다. 최근 전국민을 다시 하나로 만들었던 WBC 한일전 경기 관람 중에도 30대의 사람이 고혈압 증세를 보이다 숨지기도 했다.

축구가 일상화 된 유럽에서는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버밍엄대 합동 연구팀은 승부차기가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 전에서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에 승부차기로 질 때 심장마비 건수가 25% 증가했다면서 이 같은 통계치로 볼 때 심장마비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질 때 느끼는 정신적 쇼크, 특히 승부차기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2000년 네덜란드 디더릭 그로비 교수팀이 96년 6월 22일 네덜란드팀이 유럽축구 챔피언십 대회 8강전에서 탈락하던 날의 사망자수를 조사한 결과, 95년과 97년 같은 기간에 비해 심장마비 등 심혈관 질환 사망자가 50%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심장마비가 흥분 상태에서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시상하부 앞쪽에서 코르티코트로핀 방출호르몬이 나오는데, 이는 뇌하수체를 자극해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을 분비시킨다. 그 중에서 에피네프린이나 노르에프린은 심혈관계에 작용, 혈압을 올리고 심장 박동을 증가시킨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는 긴장 상태는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작용시켜 심장을 빨리, 세게 뛰게 하므로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늘린다. 이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며, 관상동맥 내 죽상경화반의 파열을 초래하여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혈압·맥박 상승하는 새벽시간, 당신의 심장을 노린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은 첫 경기 토고 전을 제외하고 한국 시간으로 새벽(오전 4시)에 열려 더욱 주의를 요하고 있다. 새벽은 인체의 혈압, 맥박, 지혈기전의 상승하는 시간대로써 하루 중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오전 8~10시에 심장마비에 걸릴 위험이 오후 6~8시보다 두 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혈압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바로 재면 당일 최저 혈압보다 20% 가까이 높은 하루 최고치의 수치다.

수면 부족 또한 심혈관 질환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잠을 하루 5시간 이하로 잘 경우 하루 7~8시간 정도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 위험이 2배 정도 높다. 잠을 자면 교감신경이나 자율신경계도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10~20% 정도 혈압이 낮아진다. 때문에 잠이 부족할 경우 휴식을 취해야 할 심혈관이 계속해서 움직이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혈압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순환기 내과 한성우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관전 동안 에는 음주와 흡연을 삼가며,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은 꼭 시간에 맞춰서 복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특히 40세 이상의 심혈관질환 고(高)위험자는 식이요법, 운동요법과 함께 혈관 내 혈전생성을 억제하는 저용량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는 등 평소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헬스조선 편집팀